2026년 10월 26일(월)

한밤중 '롤스로이스' 타고 와서 소방서에 '요소수·간식' 놓고 사라진 기부 천사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제공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 8일 오전 4시, 광주 동부소방서 대인 119 안전센터 앞에 흰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다가오더니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남성은 무언가를 꺼내 센터 출입문 앞에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남기고 간 것은 10L짜리 요소수 1통과 빵·우유·과자 등이 담긴 상자였다. 


비슷한 시간 광주 광산소방서, 서부소방서 화정 119안전센터, 북부소방서 문흥 119센터에도 10L짜리 요소수 한 통과 간식이 담긴 상자가 놓였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소방차의 출동이 지연될까봐 걱정하는 롤스로이스 운전자의 선행은 큰 화제를 낳았다. 


김 씨가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당근마켓에 올린 글 / 김 씨 제공


그의 정체가 밝혀진 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서다. 롤스로이스 운전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그제 밤부터 자꾸 요소수 타령하길래 물어봤더니 광주 지역 소방소에 전부 돌렸다네요"라고 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익명의 기부자는 광주에서 4년째 과일 유통업을 하고 있다. 그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요소수를 구입해 기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곳곳에서 기부 동참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처음 온 전화 속 인물은 400만 원을 기부한다고 했고, 청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한 사랑님 또한 도움을 주고 싶다며 200만 원을 보내왔다. 



김 씨 제공


인사이트 취재에 응한 기부자 김성중 씨는 "다른 곳에서 소방서에 기부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마음먹었다"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신 분들보다는 사정이 넉넉한 편이라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통해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는 그는 "전에도 마스크 4000만원어치를 기부한 적이 있었는데, 요소수는 생계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소수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매일 10~15통씩 기부하면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활동이 좀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라며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처럼 하나의 챌린지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