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 어린이집에서 퇴원시간에 지각하는 학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던 실험 내용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일 EBS에서 공개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GREAT MINDS)' 댄 애리얼리 돈의 심리학 4강 '관계의 가치' 편에서는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던 한 어린이집 실험 결과가 전해졌다.
댄 애리얼리는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로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애리얼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 중 다시 데리러 갈 때 가끔 지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에 한 어린이집은 부모가 10분 늦을 때마다 부모들에게 일정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지를 했다. 그런데 일어난 결과는 놀라웠다.
벌금제를 시작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부모가 지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 주가 지난 다음에는 늦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다.
애리얼리 교수는 "벌금제를 도입하기 전 학부모들은 늦으면 죄책감을 느꼈다. 죄책감이 제 시간에 가게 만들었다. 부모들이 약속에 늦지 않게 만든 건 죄책감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벌금이 도입된 후 부모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냥 벌금을 낸다. 그리고 '벌금을 내면 2시간 더 봐줄 수 있죠?'라고 말한다. 죄책감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12주가 지난 뒤 벌금제에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달은 어린이집은 벌금을 없앴지만 부모들은 빨리오지 않았다. 오히려 훨씬 더 늦게 아이를 데릴러 왔다.
애리얼리 교수는 "한 번 사라진 죄책감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어린이집과 부모의 관계가 변했다. 이제 이 둘은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적 관계가 아니다. 늦으면 돈을 더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죄책감이 사라진 부모들은 벌금마저 사라져 마음껏 지각을 한다는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 등의 사회적 규범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행동한다. 그러나 돈이 개입하는 순간 사회 규범이 사라진다"고 했다.
앨리얼리 교수는 "관계에 돈이 끼어들면 도움의 즐거움이 사라진다"며 "사회 규범을 따를수록 관계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각 분야의 학자들을 총출동시켜 한국 방송 역사상 최고의 라인업을 갖춘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30일부터 매주 평일 밤 EBS1 채널을 통해 회당 20분씩 방송하고 있으며 지난 4일부터는 오후 10시 45분에 방송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