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성동권 기자 = 무더운 날에도 옥수수 찌는 가마솥 연기가 정겹게 피어오르는 정동수 할머니네 집.
정겨운 냄새를 따라 들어가 보면 '나무 지팡이' 7자루가 마당 한편에 고이 놓여 있다.
할머니의 키에 맞게 제작된 나무 지팡이는 산책을 다니는 할머니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다.
하지만 나무 지팡이가 더욱 소중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지팡이가 세상을 떠나는 남편이 할머니에게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이기 때문이다.
지팡이는 재작년 돌아가신 정 할머니 남편인 할아버지가 만들어두고 간 마지막 선물이다. 병석에 누워있으면서 마지막을 직감했던 할아버지가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손수 제작했다.
부러질 일이 없도록 나무는 단단한 것을 골랐으며 할머니가 사용하기 편하게 높이도 알맞게 맞췄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곳곳에 묻어 나오는 지팡이였다.
지팡이에 대해 할머니는 ""우리 영감님이 나보고 짚으라고 나무 다듬어서 문 앞에 뒀어요. 병석에 있으면서 오래 못 산다는 생각을 했나 봐요. 그래서 나무를 베어서 모아 두었다가 앉아서 다듬었어요"라고 답했다.
허리가 좋지 않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할아버지는 두꺼운 나무를 다듬고 또 다듬었을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나무 지팡이를 할머니에게 건네며 할아버지는 "내가 가더라도 지팡이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할머니의 곁에는 늘 나무 지팡이가 함께한다. 지팡이를 짚고 걸을 때면 할아버지가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다.
할머니는 먼저 떠난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있으면 좋을 텐데 당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영혼이 있다면 알겠죠. 거기에서 잘 살고 있어요? 잘 살고 있거든 꿈에라도 나와주세요. 궁금합니다"
가슴 애틋한 노부부의 사연은 과거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방송된 경북 영천 편에 소개됐다.
60년을 함께 한 할머니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선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요즘,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들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