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외교부는 세계 10위 경제규모와 P4G 정상회의 개최, G7 정상회의 참석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과 현실에 부합하는 역할 확대를 위해 선진국 그룹 B로 변경을 추진해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직접 선진국 변경을 신청해 인정받은 셈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은 65달러로 아프리카 케냐보다 낮은 수준이었는데 '한강의 기적'을 통해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명실상부 국가의 위상이 격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피땀으로 이룬 성과'라 했으나 마냥 좋아할 일 만은 아니다. 그간 정부에서 국제기구에 선진국 지위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던 건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우리나라는 2019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특별 우대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됐다.
WTO는 개발도상국을 국제 자유무역 질서 안에 편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우대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혜택을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농업 분야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지난 2020년 강원도가 공개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에 따른 강원도 농업 파급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직·간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봤다.
여러 가지 혜택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와 더불어 선진국으로써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불해야 할 '선진국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선진국이니까 얼마를 내야 한다'고 정해진 바는 없으나 탄소 중립, 인권 문제, 민주주의 수호 등을 위해 국제 사회로부터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받고, 국제기구에 분담하는 비용과 개도국을 위해 주는 부담금 등도 늘려야 한다.
국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N포 세대가 등장했고,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3%로 미국(23.1%), 일본(19.6%), 독일(10.2%)보다 월등히 높다.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에게 빚이 되지 않도록 선진국 비용을 얼마나 잘 부담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경제·사회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