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우리 아빠 택시운전사인데, 같이 다니는 애들한테 말했다가 '아싸'가 됐어요"
절친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아빠의 직업을 공개한 여고생 A양은 친구들에게 뜻밖의 배신을 당하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A양은 택시운전사인 아빠를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아빠는 밤낮으로 일을 나가 고된 하루를 보내도 집에 오면 늘 엄마와 딸을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분이었다.
당연히 아빠의 직업이 부끄러울 리도 없었다. 열심히 고생해 가정을 지켜주는 아빠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A양 곁에서 팔짱을 낀 채 걸으며, 같이 밥을 먹고 웃던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A양은 한날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의 직업이 택시운전사라고 말하게 됐다.
별생각 없이 대화 도중 나온 말이었지만, 다음 날부터 친구들은 A양을 묘하게 피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교엔 A양이 택시운전사 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모든 아이들은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도,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도 않았다.
이동수업이 있어도 A양은 혼자 움직여야 했다. 학교 아이들은 A양이 복도를 지나다닐 때마다 묘한 눈빛을 보냈다.
A양은 "우리 아빠 택시운전사인데 이거 같이 다니는 애들한테 말했다가 진짜 아싸 됐다. 우리 반 애들 부모님 직업이 다 좋으시다. 어떤 애는 (부모가) 고등학교 교사고, 어떤 애는 (부모가) 대기업에서 높은 직급 맡고 계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들이)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이 생소했나 보다. 그래서 나 택시운전사 딸이라고 소문나고, 애들이 다 날 피한다. 어쩌냐. 우리 아빠가 원망스러운 게 아니고 애들 너무 짜증 난다"라고 말했다.
친구들이 선동해 애들마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본다며, 학교에 가기 싫다는 A양의 호소에 많은 이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요즘 애들 부모로 수저 나누는 거 심하다더니..", "난 아빠가 정육점 하는데 누가 '백정'이라고 한 적도 있다", "걔네 절대 용서하지 말아라" 등 다양한 반응을 이어갔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부모의 직업으로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를 나누는 풍토가 있다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어린 시절 치기로 선악을 구분하지 못해 친구 부모의 직업을 판단할 수 있다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0대 중후반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대놓고 차별하는 일이 부끄러운 짓이란 걸 A양 친구들이 훗날 부디 깨닫기를 바라본다.
한편, 해당 사연은 지난 2018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으로 최근 재조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