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흙수저 연상녀 '과외'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 '금수저' 고대생의 반전 러브스토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오월의 청춘'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미 통장에 다른 사람의 수년 치 연봉이 꽂혀 있던 고려대학교 신입생. 어떤 어려움도 없었던 그의 인생은 따분했다.


할아버지는 여러 번 국회의원을 지냈고, 할머니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차려준 회사를 운영했고, 엄마는 병원장이었다. 


막 스물이 된 그를 위해 부모님은 학교 인근에 아파트를 사줬다.  그의 손에는 마세라티 자동차 키가 쥐어졌다. 


부족함이란 없었던 그가 인생이 지루하다고 느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오월의 청춘'


첫 번째 도전은 고깃집 알바. 6시간 동안 불판을 닦고 번 돈은 5만 원이었다. 며칠 전 동기들에게 사준 고깃값이 40만 원은 누군가에게 8일치 인생과 같았다.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옷에 베어버린 음식쓰레기 냄새가 싫어 알바를 그만둔 그의 두 번째 돈벌이는 과외였다. 


과외를 하기로 한 사람은 24살의 연상의 여성이었다. 19살 때 교대 진학을 꿈꿨으나 수능을 망쳤던 그녀는 재수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24살이란 조금은 늦은 나이에 다시 꿈을 이루려 책을 집어 들었다. 


과외를 위해 그녀의 자취방에 간 날, 고대생은 다른 세상을 보았다. 좁은 방에서 힘들게 살아왔을 24살 누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오월의 청춘'


"누나 제가 봤는데 누나 사정도 안 좋으시니 그 돈은 누나가 그냥 쓰세요. 나는 돈 안 받아도 크게 문제없고 누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니 내가 공짜로 가르쳐줄게요"


호의로 던진 말이었지만 그녀는 과외비 50만 원을 들고 눈물을 보였다. "나보다 돈 많다고 무시하냐"는 그녀의 말에 고대생은 머리를 한 대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 것도 그때부터였던 듯하다. 


고대생은 열심히 가르쳤고, 누나는 열심히 공부했다. 수능과 면접, 그리고 발목을 잡았던 집안 사정도 조금씩 나아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오월의 청춘'


누나가 교대에 최종 합격한 날, 이번에는 고대생이 눈물을 흘렸다. 기뻐서 흐르는 눈물이라고 거짓말했지만 진짜 이유는 더이상 만날 이유를 만들지 못해서였다. 


연락이 점차 뜸해지면서 다시 삶의 무료함을 느끼던 고대생은 군대에 갔다. 그가 헤어진 후 처음으로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는 자대를 받은 후였고, 그녀는 이런 그를 위해 면회까지 왔다. 


기나긴 2년이 지나고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고대생은 사귀자고 고백했다. 40년 같은 4일이 지나고 그녀의 답변이 왔다. 두 사람은 201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그녀가 아파서 쓰러진 날 고대생은 지켜주고 싶다며 같이 동거를 하자고 했고, 인생의 후회가 생길 것 같은 기분에 결혼하자고 고백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오월의 청춘'


그녀에게 결혼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금수저 남친 물어서 신세 고치려고 한다'는 뒷말들이 오갔다. 그녀는 "세상이 손가락질할 것 같아서 무섭다"고 했다. 


한발 물러서서 누나를 이해하기로 했지만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코로나19로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마음은 더욱 커졌다. 두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고 아플 때는 애틋한 감정까지 들었다. 


그 긴 시간 끝에 더이상 인생의 커다란 손해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 고대생은 그녀가 임용고시에 합격하던 날  "평생 사고만 치는 나를 돌봐줘"라며 프러포즈를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귄 지 1000일이 되던 날 결혼식을 올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오월의 청춘'


고대생의 엄마·아빠는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모두 이해한다는 듯 힘든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잘 이겨냈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자친구의 부모님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잘살라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7일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공개된 이 사연은 '좋아요' 1만 개, 댓글 3200개가 달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소설 같은 이야기를 접한 누리꾼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짜 멋있다. 이게 찐 사랑이다", "진짜 눈물 날 뻔했다"라며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