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임진왜란 때 왜군 무찌르는 특수부대로 참전했던 '흑인 용병' 4명의 정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1 '징비록'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일본과 전쟁이 한창이던 1598년, 조선을 돕기 위해 파병을 온 명나라 장수는 임금 선조에게 이렇게 고했다. 


"전하, 제가 새로운 용병을 소개하겠습니다"


실록은 이때 소개된 새로운 용병을 '해귀(海鬼)'라고 했다. 노란 눈동자에 온몸이 검은색이었던 이들은 턱수염과 머리카락이 곱슬머리였다. 


명나라 장수는 "이 흑인들을 이용해 적의 함선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며칠 동안 물속에 머물면서 물고기도 잡아먹을 줄 압니다"라며 해귀를 향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조 또한 "우리 같은 작은 나라에서 어찌 이런 신병을 보았겠소이까"라며 "이제 왜적을 섬멸하는 날이 시간문제가 아니겠소이까"라며 감탄한다.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천조장사전별도' / 한국국학진흥원 블로그


이 흑인 용병들을 향한 당대 사람들의 관심은 엄청났다. 저마다 해귀를 본 모습을 기록했다. 


류성룡은 "남번(南番) 출신으로 낯빛이 칠처럼 까맣고, 바다 밑에 숨어다니기도 하며 그 모양이 귀신같다 하여 해귀라고 부른다"고 했다. 


의병장이었던 조경남은 "명나라군이 4만 7천 명이었다. 해귀 4명이 있었는데 살찌고 검고 눈이 붉고 머리카락이 솜털 같았다"고 묘사했다. 


흑인 용병들의 이러한 모습은 일본 왜군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일본군들은 체격부터 다른 흑인을 보고 겁부터 먹었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천조장사전별도' / 한국국학진흥원 블로그


조선에 온 흑인 용병들은 파랑국(波浪國) 사람으로 전해진다. 파랑국이란 오늘날 포르투갈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포르투갈에서 왔을 가능성은 적다. 아마도 포르투갈인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던 마카오에서 고용된 흑인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슬람 국가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붙잡아 여러 이슬람 국가와 오스만 투르크(오늘날 터키) 등에 노예로 팔았다. 


이렇게 고향 아프리카를 떠난 흑인들 중 일부는 군인으로 고용되기도 했는데 인도에서 상당수의 흑인이 군인으로 기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아마 조선에 왔던 흑인 병사들도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인도와 마카오, 명나라를 거쳐 온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1 '임진왜란1592'


당시 명나라 황제였던 만력제는 조선에 군대를 보내는 걸 꺼려하는 대신 주변 국가들에 용병을 요청했다. 이로 인해 명나라 주변의 수많은 나라에서 힘 좀 쓴다는 용병들이 임진왜란에 참가했다. 


흑인 이외에도 원숭이들로 이뤄진 '원숭이 기병대'도 있었는데 이들은 사람 못지않은 실력 다니며 적진을 돌진해 왜군을 물리쳤다고 한다. 


다만 이들이 진짜 원숭이인지, 원숭이탈을 쓴 사람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의 전투 코끼리 부대, 몽골 타타르의 거인 용사들을 비롯 티벳, 인도, 태국, 미얀마 등지의 용병들이 참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