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강제로 아기 뺏기고 억울하게 살해 당한 21살 어린 엄마의 '썩지 않은' 손가락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04년 5월 강원도 고성 미시령. 산중을 돌아다니던 심마니가 땅 위에 뾰족 올라온 무언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여성의 '손가락'이었다. 


시신은 손발이 묶여 포대 자루에 담긴 채 땅에 매장돼 있었다. 여성의 손가락은 포대 자루를 뚫고 나와 땅 위로 올라와 있었다. 


산짐승들이 돌아다니는 산속에서 여성의 손가락은 전혀 훼손이나 부패되지 않았고 지문 감식이 가능할 정도였다. 


지문을 확인한 결과 20일 전 평택에서 아이와 함께 실종된 21살 여성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여성의 시체는 발견됐으나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함께 사라진 아이의 행방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당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시끄러웠고, 더불어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라진 엄마와 아이의 사건은 쉽게 잊혔다.


그로부터 7개월 후, 우연한 계기로 남성 2명이 경찰에 잡혔다. 이들이 타고 있던 차에서 휴대전화가 발견됐는데 고성의 산속에서 찾은 엄마의 휴대전화였다. 


체포된 남성 2명의 진술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당시 38살 여성 김 모 씨는 1990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었으나 2003년부터 남편과 자주 다퉜고, 가정생활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다니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33살의 최 모 씨를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는데, 결국 그의 매력에 반해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함께 살았지만 결혼하자는 말이 없자 김씨는 최씨에게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결혼을 요구했다. 


거짓말로 결혼까지 했으나 거짓 임신이었던 김씨는 남편과 시부모를 끝까지 속이기 위해 심부름센터를 찾아가 4,000만 원을 건네며 신생아를 구해 달라고 의뢰한다. 


성공하면 3,000만 원의 성공보수를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마침 사업 실패와 도박 빚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던 심부름센터 사장은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신생아를 구하려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납치를 결심하게 된다. 


남성 2명을 구해 아이를 안고 가는 엄마를 납치한 심부름센터 사장은 아이만 빼앗아 김씨에게 건넸다. 순간 아이를 잃은 엄마는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여성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핸드폰이 납치에 사용된 차 안에 남았고, 결국 썩지 않은 손가락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재판부는 여성을 살해한 남성 2명에게 무기징역을, 김씨와 심부름센터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씨와 심부름센터 사장의 형량이 낮았던 이유는 이들이 아이를 데려오라고만 청부했을 뿐, 살인을 사주하지는 않아서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 때문에 판사는 이례적으로 해당 사건의 선고이유문을 낭독했다. 


"외양만의 행복을 좇는 가치관이 전도된 여자와 돈이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인간성이 마비된 남자의 비극적 만남이 아이를 출산한 기쁨으로 가득한 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의 어머니와 아이를 영원히 갈라놓는 패륜적 납치와 살인을 불러왔다"


숨진 21살 여성의 어머니는 매일 밤 딸이 아기를 찾아달라는 꿈을 꿨다고 전해진다. 


추리소설에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죽어가며 남기는 전언을 '다잉 메시지'라고 한다. 썩지 않은 손가락은 아이를 빼앗기고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엄마의 다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