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시어머니가 남긴 개를 제가 왜 책임져야 하나요?"
최근 시어머니의 초상을 마친 전업주부 이복심(가명)씨는 남편과 예상치 못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시어머니가 남긴 재산에 노견(老犬) 한 마리가 포함됐는데, 남편이 이 개를 떠맡겠다고 하면서다.
이씨는 노견 뒤치다꺼리까진 하고 싶진 않다고 한다. 다만 남편은 "개를 잘 키워달라"고 한 어머니와 약속을 어길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을 모를 이 갈등은 며칠 전 시어머니의 유산을 처리하면서 터져 나왔다. 시어머니가 남긴 건 수억원의 재산과 15년 전 남편을 잃고 데려온 노견 한 마리였다.
시어머니는 그간 개를 '금이야 옥이야' 돌봤다. 타계한 그 날까지 오로지 홀로 남을 개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시어머니는 아들 부부에게도 "개 한 마리만 잘 키워달라", "치료비든, 뭐든 꼭 아낌없이 유산에서 써달라. 어차피 늙어서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날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다만 그가 떠나자, 개는 찬밥신세가 됐다. 개를 키워본 적 없던 이씨는 시어머니의 유지가 부담스러웠다. 다소 게적지근했으나, 유산은 어디까지나 시어머니를 열심히 간병한 '우리 내외'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췌장염과 백내장을 앓는 노견의 치료비 역시 그에겐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는 "벌써 수백만원 가깝게 깨졌다"며 "노견이라 이것저것 비용이 엄청나다. 유산을 다 까먹을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결국 개를 파양하거나 안락사하기로 했다. 남편이 완강하게 버텨 난항을 겪고 있으나, 그 역시 이미 뜻을 정했다고 한다.
사연은 지난 4일 네이트판에 이씨가 직접 올린 것으로, 아직 후일담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당시 사연에 달린 댓글과 반응은 이씨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유언을 지키지 않겠다면 재산도 받지 말아야 한다', '남편한테 버림받았으면 좋겠다' 등 험악한 표현으로 도배됐다.
노견을 파양한다면 상속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민법이 정한 상속결격 사유에 따르면 이씨 부부의 상속권이 박탈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행법엔 고의로 상속인을 살해했거나, 유언을 조작한 피상속인의 상속권만 박탈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