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빚지고 스스로 목숨 끊으려 지리산 올랐던 대학생에게 일어난 4가지 기적

빚 2천만 원, 전재산 2만 원이었던 한 대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지리산에 올랐다가 기적같은 일을 겪었다.

입력 2020-08-01 11:48:56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천만 원의 빚더미에 앉게 된 한 대학생이 가진 전 재산이라고는 2만 원이 전부였다.


가족과의 연도 끊고 연락하는 친구도 없었던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건 싫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뛰어내리자고 생각했다.


택한 곳은 지리산이었다. 그런데 목숨을 끊기 위해 도착한 지리산에서 계속된 우연히 겹쳤다. 그에게는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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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빚더미에 앉아 삶을 포기하려 했던 대학생 A씨의 사연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A씨가 남은 2만 원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지리산 산행 입구 백무동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3시였다.


버스에서 내린 A씨는 바로 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어둠이 짙게 내린 산속에서는 발밑조차 보이지 않았다.


생각 없이 오르고 있었는데 뒤에서 랜턴을 쓴 아주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A씨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남편과 함께 등산 중이었던 아주머니는 어떤 산행 준비도 없이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 A씨에게 랜턴을 건넸다. 자신은 남편의 것으로 함께 봐도 된다면서.


A씨는 이 호의가 불편하고 짜증 났다. 삶은 끝내려고 가는 길에 괜한 목격자를 만든 것 같았고 간섭받는 거 같았다.


끝내 랜턴을 받아들긴 했지만 켜지는 않은 채 손에 쥐고 2시간을 올라갔다.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던 A씨는 인근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전 6시였다.


잠시 쉬고 다시 산을 오르려는 때 대피소에서 막 나오신 아주머니들이 A씨에게 "학생 그러고 여기까지 올라왔어?"라며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가방 속에서 새 등산양말과 500밀리리터짜리 물을 하나 꺼내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괜찮다며 사양했지만 아주머니는 억지로 양말과 물통을 쥐여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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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왔던 A씨의 양손에는 랜턴과 양말, 그리고 물이 들려 있었다. 그사이 한 아주머니에게 과자도 받았다.


A씨는 양손을 가득 채우고도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지만 이미 시간은 아침 7시가 돼 사방이 환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보였고 그들은 마주칠 때마다 A씨에게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하라며 인사를 건넸다.


A씨는 더이상 목숨을 끊기 힘들었다.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해가 떠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정상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상에서 A씨를 반긴 건 천왕봉의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A씨의 눈 아래로 펼쳐진 산의 능선들과 구름은 이승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A씨는 그곳에서 몇 시간을 홀로 앉아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들을 모두 지켜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천왕봉에서 본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 순간 A씨는 죽기로 한 마음도 모두 접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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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에서 내려온 A씨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내려오면서 아주머니가 선물로 준 등산 양말을 신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지만 돈이 없어 하염없이 앉아있던 A씨에게 한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 태워줄 테니 타라"며 말을 걸어왔다.


A씨는 "서울에 가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전 사람이었던 아저씨는 대전까지 A씨를 태우고 간 뒤, 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 티켓을 끊어줬다.


A씨는 그날 처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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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전한 A씨는 "여전히 세상은 이상하고 저는 요즘도 가끔씩 왜 세상이 나에게만 야박하고 나를 못살게 굴어 안달인지 화나 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죽다 살아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라며 죽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진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