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공부 엄청 잘하는데 '시험'만 보면 망치는 '유전자' 따로 있다

시험과 같이 긴장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부진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유전자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입력 2019-08-13 18:12:43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SKY캐슬'


[인사이트] 장경윤 기자 = "이상하다... 분명히 평소에는 잘했는데?!"


시험 내용을 달달 외워 자신 있게 교실로 향한 날, 이와 같은 한탄을 내뱉으며 집으로 돌아온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단순히 컨디션 난조나 나쁜 운 때문일까. 어쩌면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평소엔 공부를 잘하다가도 시험만 보면 저조한 성적을 보이게 되는 이유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EBS1 '교육대기획-시험'


해당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5년 EBS에서 방송된 '교육대기획-시험'의 일부이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창춘엔 국립대만사범대학 석좌교수는 자신과 아내가 공부를 잘하는데도 자식의 학업 성취도가 낮은 이유가 '유전적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창 교수는 이에 대만 학생 779명의 DNA를 분석해 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결과는 "시험 결과는 노력에 따라 바뀐다"는 오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었다.


EBS1 '교육대기획-시험'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코넬대학의 인간생태학 교수 로버트 스턴버그의 의견을 언급해야 한다.


로버트에 따르면 시험 점수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변하지 않는 수험자의 실력(True Score)과 시험을 볼 때 영향을 미치는 오차 점수(Error Score)에 따라 결정된다.


오차 점수에는 수험자의 신체적 혹은 정신적 상태와 시험장 주변의 환경 등이 해당된다.


그런데 오차 점수에는 외부적 요인 외에도 수험자의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 창 교수는 이 유전자를 '콤트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EBS1 '교육대기획-시험'


콤트 유전자는 뇌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되는 도파민의 양이 넘치지 않도록 분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보통 시험을 볼 때처럼 긴장이나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과잉 분출된다.


콤트 유전자는 전사형, 중간형, 걱정쟁이형으로 나뉘는데, 전사형은 걱정쟁이형보다 4배나 빠르게 도파민을 분해한다. 


때문에 전사형은 시험을 볼 때에도 별다른 이상 없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걱정쟁이형은 도파민 분배에 오랜 시간이 걸려 뇌의 과부하 상태가 지속된다.


EBS1 '교육대기획-시험'


즉 긴장 속에서 시험을 치를 때마다 부진을 겪는 사람들은 이 걱정쟁이형에 속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창 교수가 분석한 779명 가운데 50%는 전사형, 40%가 중간형, 10%만이 걱정쟁이형 콤트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걱정쟁이형이 항상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걱정쟁이형은 항상 뇌가 충분히 활성화되는 덕분에 다른 유형보다 사고력과 언어능력, 기억력이 우수하다.


창 교수는 "이처럼 콤트 유전자 유형에 따라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다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의 시험으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BS1 '교육대기획-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