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처럼 쏟아진 황산 뒤집어 쓴 공장 근로자 6명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2공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이 배관에서 유출된 황산을 뒤집어쓰고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2공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이 배관에서 유출된 황산을 뒤집어쓰고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원·하청업체, 현장근로자들의 진술과 설명을 토대로 사고 상황 재구성해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약 1개월 동안 정기보수에 돌입한 날이다.
2공장 황산 제조공정도 오전 7시께 멈추고, 배관에 잔류한 액체 형태의 황산을 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배관 보수 작업을 맡은 하도급업체 한림이엔지 근로자 6명이 사고가 난 현장에 투입된 시각은 오전 8시께.
이들은 9시께 배관 열교환기 제거를 위해 가슴 높이에 있는 맨홀 볼트를 푸는 일을 시작했다.
작업에 앞서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었다. '유독물질이 조금 나올 수 있으니 고무장갑을 끼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볼트를 풀 때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액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배관 안에 황산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 시작 불과 약 5분 만에 사고가 터졌다.
지름 600㎜짜리 맨홀이 갑자기 열리면서 농도 70%가량의 황산이 물대포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앞에서 작업하던 김모(60)씨 등 2명은 온몸으로 황산을 받아냈고, 4∼5m 떨어져 있던 이모(62)씨 등 4명도 피할 수 없었다.
배관 상부에서 작업하던 원청업체 근로자가 "으악"하는 비명을 듣고 내려왔을 때 2명은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4명은 스스로 걸어서 현장의 비상 샤워기로 이동해 물로 몸을 씻었다.
이 사고로 3명은 중상을, 3명은 경상을 입어 울산대병원 등으로 옮겨졌으나, 응급처치 후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병원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황산이 온통 주위로 튀어나온 점으로 볼 때 배관 안에 (황산이 많아서)압력이 가득 차 있었던 같다"면서 "다친 근로자 모두 오늘 처음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황산 약 1천ℓ가 유출됐다고 추산했으나, 현장근로자들은 맨홀에서 약 10분 동안 황산이 쏟아져 나온 점을 들어 유출량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인원 40명, 장비 13대를 투입해 부상자를 이송하고 일대 오염도를 측정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물을 뿌려 황산을 중화하고 이를 다시 회수했다.
사고를 더 안타깝게 하는 점은 원청업체와 현장근로자들이 원인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현장 작업자들이 열면 안 되는 맨홀을 여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면서 "작업 순서를 적은 서류와 작업 배관을 따로 표시한 사진도 나눠줬는데 숙지가 미흡했던 것 같다"면서 사고 원인이 '하도급업체 작업 확인 부족'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에 현장에 있었던 한림이엔지 근로자는 "고려아연의 안전작업허가서 발급에 따라 작업했다"면서 "원청의 안전관리 과실을 하청 근로자 탓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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