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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바리스타가 건넨 '커피'에서 황제는 수상한 냄새를 맡았다

고종의 처사에 분노한 김홍륙은 같은 해 고종의 생일인 음력 7월 25일 커피에 아편을 넣어 암살을 꾀했다.

인사이트영화 '가비'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가비는 맛이 쓰고 진해서 독을 타는데 이용되기도 합니다"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였던 여인 '따냐'. 그녀는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고종 황제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임무를 맡은 자였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임무는 따로 있었다.


"고종을 암살하라"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따냐는 고종에게 은밀히 접근했다.


고종 암살 작전의 배후에는 사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스파이 '일리치',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가 있었다.


인사이트영화 '가비'


이들은 이 임무를 '가비 작전'이라고 명하면서 덕수궁 깊숙이 침투했다.


이후 바리스타 따냐를 이용해 고종에게 독이 든 커피를 전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대한제국 사상 최악의 암살을 꿈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따냐는 고종에게 사랑을 느끼고 말았다.


명성황후를 잃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매일 슬픔에 젖어 지내던 고종이었다. 그런 그를 곁에서 보던 따냐는 애틋함을 느낀다.


인사이트영화 '가비'


또한 고종이 언제나 국민만을 걱정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이에 따냐는 차마 고종을 독살하지 못했고, 결국 '가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위의 내용은 김탁환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영화 '가비'의 줄거리다.


두 작품 모두 조선 말기 고종이 커피로 독살을 당할 뻔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898년, 김홍륙(金鴻陸)은 고종에 앙심을 품고 암살을 계획했다.


인사이트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한제국 당시 러시아어 통역관으로 활약하던 김홍륙은 러시아와의 교섭에서 사리를 취했다는 죄목으로 유배를 당했다.


고종의 이러한 처사에 분노한 김홍륙은 같은 해 고종의 생일인 음력 7월 25일 커피에 아편을 넣어 암살을 꾀했다.


하지만 고종은 망설였다. 커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기 때문. 무언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고종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함께 있던 고종의 아들 순종은 대수롭지 않게 커피를 마셨는데, 갑자기 구토를 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덕수궁이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홍륙과 암살 사건을 주도한 공홍식, 김종화는 사형을 당했다. 심지어 김홍륙의 아내까지 태형 100대와 3년 유배형에 처해지면서 고종 암살 사건은 일단락됐다.


인사이트영화 '가비'


한편 '가비'란 커피의 옛말이다. 조선 말기인 1890년대에 최초로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왔고, 이는 왕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음료이자 진상품이었다.


특히 고종은 커피를 아주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덕수궁 정관헌이 '고종의 스타벅스'였다는 루머까지 생겼겠는가.


사실 정관헌은 역대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고종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말이 와전돼 전해지면서 정관헌에서 커피를 즐겨 마시고 음악을 들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설까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