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 거부하고 끝까지 현장에서 방사능 누출 막은 후쿠시마 원전소장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자로가 망가질 것을 우려해 해수 주입을 중지하라고 명령했지만, 당시 원전소장은 이 명령을 거부하며 피해를 막았다.

인사이트(좌) gettyimagesKorea, (우) japantimes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5년 전 오늘(9일) 일본인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郎)가 눈을 감았다.


사인은 식도암.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식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요시다 마사오가 사망하자 일본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일본인들은 의로운 영웅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서 생전 삶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사실 요시다 마사오는 일본에서 '국민적 영웅'이자 '은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한 일본인은 "아마 그가 없었더라면 일본은 폐허가 됐을 것이다. 전 국민을 살린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일본인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것일까.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시계를 7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1년 3월 11일, 경고음이 울렸다. 귀를 찌를 듯한 경고음이 '대재앙'을 예고했다.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노심이 망가졌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발전소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오염수가 줄줄 새어나왔고, 주변 지역은 방사능 물질이 누출돼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재빠르게 대처했어야 했다. 가능한 한 최대한의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피해를 막아야 했다.


인사이트Nextshark 'Arkadiusz Podniesinski'


그런데 망설였다. 도쿄전력이 고민하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원자로가 망가질까 봐.


사고 당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원자로에 냉각수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원자로 내부 열이 상승해 노심부 전체가 녹아버리게 된다.


하지만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근처에 있던 해수라도 주입해야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쿄전력은 탐탁지 않았다.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하면 원자로가 망가져 재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일본, 아니 전 세계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원자로 재가동을 고려했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멜트다운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인사이트(좌) PNAS, (우) YouTube 'kienaiyoru (消えない夜★)'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소장으로 재임 중이던 인물이 바로 요시다 마사오였다.


요시다 마사오는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독단적으로 해수 주입 작업을 진행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담당자들에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듣지 마라"라고 말한 뒤, 도쿄전력 본사의 "해수 주입 중지" 명령을 거부하고 바닷물을 계속 주입했다.


요시다 마사오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끝까지 자리에 남아 목숨을 걸고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도쿄대학대학원 공학계연구과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교수는 요시다 마사오의 판단이 옳았다고 평가한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하루키 교수는 "만일 요시다 마사오가 해수를 주입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의 동북, 관동지역은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들도 도쿄전력의 명령대로 움직였다면 일본 열도 전체가 전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요시다 마사오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70mSv(밀리시버트)의 고선량 방사능에 피폭됐고, 결국 같은 해 '식도암' 판정을 받았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요시다 마사오가 식도암에 걸린 것은 방사능 피폭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를 끝까지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인사이트F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