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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함께’…작가들 슬픈항구 팽목항 찾다

김훈,송경동, 김애란 등 유명 작가들이 동료 문인 10명과 함께 문인 버스를 타고 최근 젊은 문인들이 세월호를 주제로 쓴 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를 들고 팽목항을 찾았다.

ⓒ 연합뉴스

"많은 분이 모이신 것을 보니 대단한 힘이 있구나, 아직도 우리에게 힘이 남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칼의 노래', '흑산', '남한산성' 등 베스트셀러 작가 김훈 씨는 지난 3일 저녁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팽목항, 기다림의 문화제'에 참석해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남은 실종자 위로하기 위해 소설가 김훈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작가들의 버스'가 이날 오전 11시 김애란, 송경동, 김행숙 등 작가 20여명을 태우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팽목항으로 떠났다.​  김훈 작가는 “슬프고 참혹한 일을 당한 집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게 힘과 위로가 된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버스에 탔다”고 말했다.

참석한 문인들은 이날 저녁 7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젊은 문인들이 세월호를 주제로 쓴 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를 전달했다. ​ 김훈은 "젊은 문인들이 귀중한 생각을 한 줄씩 적어 책을 냈다"며 "이 책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각과 분노, 슬픔, 절망, 절규, 우리의 희망이 들어 있는 좋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문인들은 다시 팽목항으로 이동해 오후 9시부터 시작된 '기다림의 문화제’에 참석했다. 문화제에는 전국 29개 시군에서 출발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온 참가자 1천여 명이 참석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참가자들은 공연을 지켜보며 아직도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기원했다. 

김훈은 이 자리에서 "소설가 박민규 씨가 <눈먼 자들의 국가>를 썼는데 마지막 문장을 소개한다"며 "우리들이 눈 뜨지 않으면 죽은 자들이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또 "우리 모두 바다를 보면서 바다 밑에 계신 분들이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기다림의 버스' 양한웅 운영위원장은 “새벽까지도 버스에 함께 타겠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왔다."며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안 합의 과정에 실망한 이들이 유가족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화제는 스케줄을 마치고 밤길을 달려 도착한 방송인 김제동의 발언을 끝으로 자정이 지나 마무리됐다.

시민들과 문인들은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쳐 부르면서 자리를 파했다. 실종자 주검이 발견된 것은 7월 18일이 마지막이었다. 많은 이들의 간절함 바람에도 차디찬 바닷속에 단원고 학생 5명, 교사 2명, 일반인 3명이 아직 남아 있다.

기다림의 버스는 6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무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출발해 팽목항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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