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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징병부대 이끌던 일본인 지휘관이 죽어서 제주도에 안장된 이유

지난 2014년, 일본인 후지키 쇼겐 스님이 제주도에 안장됐다. 후지키 스님은 1945년 태평양 전쟁 당시 오키나와에서 조선인 학도병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인사이트후지키 쇼겐 스님의 영정 사진 / 뉴스1


지난 2014년, 일본인 후지키 쇼겐 스님이 제주도에 안장됐다. 후지키 스님은 1945년 태평양 전쟁 당시 오키나와에서 조선인 학도병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일본군이었던 후지키 스님은 어떻게 평화의 섬 제주도에 묻히게 되었을까. 


시작은 태평양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후지키 스님은 오키나와에서 740명의 조선인 징병군을 지휘하던 일본군 학도병이었다. 


그는 대부분 10대 후반이었던 조선인들에게 "일본이 곧 패망할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견뎌보자"며 다독였다고 한다.


인사이트뉴스1


밤이면 곳곳에서 귀신 울음소리와 같은 흐느낌이 들렸는데 알고보니 조선인 징병군들이 '아리랑'을 부르는 소리였다. 


후지키 스님은 뜻도 모르는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전우애를 다졌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혼자 살아남은 그는 한국을 향해 몸을 뉘인 채 숨진 조선인들을 바라보며 한가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 '당신들의 유골을 기어코 조국으로 보내드리겠다'는 약속이었다.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지만 미군에 저지 당했다. 스님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에 곧장 머리를 깎았다고 한다. 


인사이트뉴스1


일본 곳곳 사찰에 흩어져 있는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골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은 그는 2014년 92세의 나이로 숨지기 직전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봉환 사업을 추진했다. 


자신의 유골을 제주에 묻어달라고 했던 그는 "일본에서 돌아오는 한국인 전후들의 영혼과 함께 잠들고 싶다. 전우들의 한 맺힌 영혼들을 제주로 꼭 모셔 와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결실은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 이뤄졌다. 


후지키 스님의 유언에 따라 선운정사에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됐던 희생자의 유골을 모시는 안치식이 열렸다.


인사이트뉴스1


이날 안치된 조선인 유골은 일본 오카야마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이었다. 


안치된 유해는 모두 남측에 연고지를 뒀으며 아직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정언 일제 강점기 희생자 유골 제주봉안 위원회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후지키 쇼겐 스님을 '일본의 양심'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가 2013년 조선인들에게 쓴 편지에서 "진심으로 미안하다. 친구로서 전우로서가 아닌 일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참회의 글을 남겼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