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동안 매일매일 돌봐준 조련사 물어뜯어 잔인하게 살해한 범고래

영화 '블랙피쉬'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바다의 왕' 상어를 공격하고 다른 고래 종류도 잡아먹어 바다의 포식자라 불리는 범고래. 

영어로는 'Killer whale'로 불리며 살인 고래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인 범고래이지만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사실일까.

미국 동부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시월드(Sea World)'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이런 속설이 뒤집혀 버렸다.

사건은 2010년 2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범고래 틸리쿰(Tilikum)은 시월드에서 7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으로 공중으로 점프하고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에 맞춰 꼬리를 흔들며 쇼를 보여줬다.

조련사 돈 브랜쇼(Dawn Brancheau)와 범고래 틸리쿰(Tilikum) / Barcroft Media

영화 '블랙피쉬'

많은 관광객이 틸리쿰을 보러 찾아왔고, 시월드에서만 16년 일한 베테랑 조련사 돈 브랜쇼(Dawn Brancheau)는 최고의 파트너를 자처하며 14년 동안 틸리쿰을 보살폈다.

하지만 정작 녀석은 행복하지 못했다. 틸리쿰은 하루 160km를 헤엄쳐 다녀야 하는 범고래다. 이런 본성에도 두 살 무렵 바다에서 잡혀 와 감옥 같은 콘크리트 수조에 갇혀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틸리쿰은 이날 브랜쇼의 긴 머리채를 입으로 물어 수영장으로 끌고 온 뒤 입으로 그녀를 물어 뜯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구조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물속에서 사망했다.

부검 기록은 잔인했다. 머리 가죽이 벗겨지고 몸의 거의 모든 뼈가 부러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영화 '블랙피쉬'

더욱 놀라운 점은 틸리쿰의 살인 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1999년 7월 6일, 틸리쿰은 시월드에 몰래 들어온 27살 남성 다니엘 듀크스(Daniel Dukes)를 공격해 죽였다. 그는 물린 자국과 찔린 상처로 뒤덮인 채 틸리쿰의 등 위에서 벌거벗겨져 발견됐다.

그리고 이보다 더 이전인 1991년 씨월드에 오기 전 캐나다 빅토리아 시랜드에서 20세의 대학생 조련사를 죽였다는 사실도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총 3명의 사람을 살해한 틸리쿰은 이 이후에도 시월드에서 쇼를 진행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Flickr

그리고 2017년 1월 6일. 평생 수족관에 갇혀 살던 틸리쿰은 세균 감염으로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모든 범고래가 틸리쿰처럼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야생에서 사람을 공격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틸리쿰의 살인 행위에 대해 몇몇 전문가들은 범고래의 분노라고 표현한다. 

이런 고래의 분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고래쇼를 위한 고래 포획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블랙피쉬'

최근에는 2005년 일본 앞바다에서 포획돼 치바현의 이누보사키 아쿠아리움에서 살던 돌고래 '허니(Honey)'가 좁은 수족관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바 있다. 틸리쿰과 허니가 받은 스트레스는 인간인 우리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틸리쿰의 살인 사건은 고래 포획의 잔인함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한편 틸리쿰의 이야기는 지난 2013년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피쉬(Black Fish'로 재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