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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사고 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유일하게 안전했던 이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미야기현 오사카 반도 동남쪽 바다에서 규모 9.0에 달하는 대지진으로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쳐 원전 건물이 침수되었고, 원전 내 냉각방식 전원이 끊겨 원자로 내 핵연료가 수소폭발로 이어졌다. 주변 일대에 방사능이 유출되어 인근 주민들은 피폭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피해를 받지 않은 시설이 있었으니, 바로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했던 건식저장시설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원전 부지 내 9개의 건식저장시설에 408개의 집합체가 저장 중이었는데, 쓰나미로 인한 각종 잔해 더미에도 불구하고 … 이는 건식저장시설의 저장용기는 설계 때부터 매우 혹독한 환경(낙하, 침수, 화재 시험) 등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_ 미국 블루리본 위원회“


인사이트건식저장시설 / 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 보관 시설은 저장 방식에 따라 크게 습식과 건식저장시설로 나뉜다.


두 저장시설 모두 사용후핵연료를 중간 또는 최종 처분에 앞서 원전 내에 임시로 보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습식저장 시설은 저장수조 내 물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열을 관리하는 반면, 건식저장시설은 건물 내부를 순환하는 공기와 기체를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인사이트한국수력원자력


습식저장 방식은 저장수조의 물을 냉각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전원 공급이 요구되지만, 건식저장 방식은 별도의 동력원 없이도 안정적인 사용후핵연료 열 관리가 용이하여 90년대부터 많은 원전 선진국 들을 중심으로 사용해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용기형인 캐니스터와 모듈형인 맥스터를 1991년 건설(1992년 저장) 이후 최근까지 29년간 안전하게 운영 중이다.


인사이트건식저장시설 맥스터 / 한국수력원자력


아이러니하게도 후쿠시마와 같은 극한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건식저장시설의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형 자연재해에서도 건식저장시설이 안전하게 사용후핵연료 보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인사이트건식저장시설 맥스터 / 한국수력원자력


첫 번째,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도 멈추지 않는 자연대류 냉각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건식저장시설은 자연대류 냉각방식 즉, 공기와 바람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열을 관리하고 있어 전력 공급과 상관없이 안전한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맥스터의 경우 건물 모듈 하부 10개의 공기 입구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내부의 열을 식히며 상부로 이동하게 되고, 모듈 상부의 12개 공기 출구로 흘러나가게 하여 전기 공급이 없어도 냉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예기치 못한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 상황이 발생하여도 냉각시스템 손상의 우려가 없어 방사능 유출 문제에서 자유롭다.


인사이트건식저장시설 맥스터 / 한국수력원자력


두 번째, 건식저장시설의 다중 차폐 방식으로 방사선 유출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특히, 월성원자력 본부의 맥스터 시설의 경우 외벽두께가 1m인 콘크리트로 제작되어 있고, 연료 펠렛, 피복재, 바스켓, 저장 실린더 등 총 5중의 다중 차폐 방식으로 방사선 유출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환경방사선감시망 자료에 따르면 건식저장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며 발생하는 시간당 방사선량률은 0.025mSv로, 우리가 병원에서 X-ray 1회 시 받게 되는 0.1mSv의 방사선량률과 비교해 1/4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인사이트한국수력원자력 


세 번째, 진도 7.0 수준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되어있다.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은 건설 시작 단계에서부터 주변 지질 특성과 지하수 상태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부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지진값을 산정하여 내진설계 기준을 마련한다. 여기에, 안전 여유도를 더해 해당 기준을 강화한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인한 국가 재난적 상황을 기억할 것이다.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이었다.


당시, 많은 산업 시설과 건물에 금이 가고 무너졌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 시설과 건식저장시설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물리적 손상이 없었다.


인사이트월성원자력본부


특히, 월성원자력본부의 맥스터는 규모 7.0의 수준의 지진이 바로 건물 밑 지각에서 발생해도 무너지지 않고 건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내진설계 기준이 높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물리적 손상 가능성이 낮아, 원전을 운영하는 많은 국가에서 적극 도입되고 있는 방식이다. (16년 기준 31개 원전운영 국가 중 22개 국가에서 건식저장시설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중)


습식저장시설과 함께 건식저장시설은 위험한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 내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오랜 기간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수행해 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임시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높아져 저장시설을 증설하지 않으면 수년 내 원전의 안정적 운영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인사이트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월성의 경우 2019년 말 기준 중수로 사용후핵료 저장시설 포화율이 90%가 넘는다. 


21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방사성폐기물학회의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월성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을 2022년 3월로 발표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저장시설을 제때 증설하지 못하게 된다면 불가피하게 원전 운영을 멈추고 전력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려워지게 된다.


인사이트원자력안전위원회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0년 1월 월성 원전의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7기 추가 건설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하여 추가 건설을 승인하였고, 현재 월성원자력본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추가 요청에 따라 안전 건설을 위한 사전조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경주시 축조신고를 통해 인허가가 통과되면 바로 맥스터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더불어 우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국민 및 원전소재지역 주민 의견수렴 활동을 올해 4월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원전 소재 지역 주민과는 원자력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 증설과 관련한 의제를 중심으로 시민참여형 공론화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인사이트월성원자력본부


건식저장시설의 건설기간이 약 1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성지역 주민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지자체 인하가 절차가 원활하게 마무리 되고, 올해 상반기에는 건식저장시설 착공을 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이젠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을 통해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월성의 경우 맥스터 건설 착공이 늦어진다면 월성 2,3,4호기 발전소 운영이 중단되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결국 안정적인 국가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기에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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