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같은 부대서 '괴롭힘'당하다 3개월 차이로 세상 떠난 공군 아들에 절규한 '두 엄마'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3개월 차이로 극단적 선택을 한 20전투비행단 소속 최 일병과 김 하사의 엄마는 진상 규명을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해 11월 26일, 공군 20전투비행단(이하 20전비) 행정병 최현진 일병이 생활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어 올해 2월 28일 20전비 소속 김 모 하사가 영내 숙소에서 컴퓨터에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최 일병의 극단적인 선택이 있고 난 뒤, 3개월 만에 또다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최 일병과 김 하사의 두 어머니는 군에 진상조사와 엄중한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해당 부대에서는 가해 군인들을 징계위에조차 회부하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7일 'CBS노컷뉴스'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과 등진 두 장병의 어머니가 함께 손을 맞잡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입대한 최 일병이 목숨을 끊은 이유는 상사의 모욕과 협박 등으로 추정된다. 


최 일병의 유가족은 초기에 부대 군인 3명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중 A 소위는 최 일병에게 "고려대인데 실망이다", "또 찐빠 냈냐"며 무시한 말투로 말한 혐의를 받았다. 


또 그는 최 일병을 비롯한 병사들에게 "일을 한 게 있어야 휴가를 나가지", "휴가 자르겠다"는 협박을 했고, 매주 풋살장 예약을 지시하는 등 병사 담당 업무 외의 일을 시켰다. 


이러한 가혹행위를 일삼은 A 소위는 벌금 200만 원 형에 처해졌다.


인사이트고 최현진 학우 대자보 일부 / Facebook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최 일병과 함께 운영통제실에서 근무한 B 중사는 "야근 거부권이 없다"고 말하며 9차례 시간 외 근무를 시켰지만 무죄를 선고받았고, 군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가혹행위' 혐의로 A 소위와 B 중사를 추가 고소했지만 군 검사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매체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두 간부는 여전히 같은 부대에서 최 일병의 고통을 증언해줄 병사들과 함께 복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한 후 3개월 뒤 같은 부대 김 하사가 목숨을 끊었다. 김 하사의 유가족은 지난 9일 20전비 소속 군인 2명을 고소하고, 군무관 1명에 대해 진정을 냈다. 


하지만 당시 검사는 혐의가 있는 3명에 대해 징계 사유가 없다며 '불요구 처분'을 했고, 공군본부는 지난 11월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뷰에 응한 김 하사의 어머니는 취재진과의 전화 도중 가슴이 미어진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아버지 또한 "가해 군인들에 대한 징계가 아예 이뤄지지 않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최 일병과 김 하사의 가족들은 지난 23일 대전에서 만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릴 글을 공유했다. 


이들은 두 아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가해 군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을 군 당국에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릴 계획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였던 최 일병의 대학 동기들 또한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고 최현진 학우 사건 공론화 TF'를 만들고 군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에는 "고인의 죽음 뒤에는 군 간부의 협박과 폭언이 있었지만 가해자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며 "한 간부는 결국 어디 가도 죽었을 애라고 고인을 모욕했다"고 쓰였다. 


매체는 군 검사 출신 김정민 변호사의 말을 빌려 "사건이 터졌을 때 군은 원인 규명을 하지 않은 채 간부들을 보호하며 사건을 덮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스트레스 평정, 병사 복무적응도 검사 등 군에서 만든 시스템이 최 일병과 김 하사 사건 모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