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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하다 '실명'하는 노동자를 위한 과학자의 기록 '보이지 않는 고통' 출간

대학 실험실에서 나와 노동 현장을 누비며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분투한 한 과학자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인사이트동녘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연구실을 나와 노동 현장으로 간 과학자가 있다.


지난달 30일 동녘 출판사는 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 '보이지 않는 고통'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최근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다 한 청년이 숨졌다. 그전에는 대기업 스마트폰을 만들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청년 등 일하다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이 많다.


오늘도 어딘가의 노동 현장에서 한 사람의 청년이 죽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저자 케런 메싱은 대학 실험실에서 나와 노동 현장을 누비며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분투하는 과학자로 변모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대학교의 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던 저자는 현재 같은 대학의 명예 교수로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그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함께했던 노동자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한다.


또 과학자가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과학계의 관행과 때로 연구 결과에 대한 모호한 해석과 판단 유예로 노동자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직업보건 과학자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아픈 것은 메싱의 이야기가 성공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의 기록에 가깝다.


책 속에는 고통받는 노동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느꼈던 무력감과 노동자의 아픔에 무관심한 채 그들을 연구 대상으로만 보는 과학자들을 향한 실망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에 더해 자신의 연구와 제안으로 개선했던 노동조건이 곧 다시 악화되었을 때 느꼈던 허무함 또한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는 자신의 연구가 노동자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 것 같지 않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애쓰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모두 헛되지는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또한 과학자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터 속 문제를 발견하고 그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아픈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음을 역설한다.


나아가 저자는 말한다.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 부분에서 이 책은 한 과학자의 회고록일 뿐 아니라 동료 과학자와 시민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는 일종의 제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