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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가끔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비롯된 곳이 왜 하필이면 그곳이었을까? 내게 선택이 주어진 것은 아닐지라도 마당 곳곳에 채송화와 달리아와 백일홍 들이 피어 있는 밝고 화사한 공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martinak15/flickr.com


인간 존재의 시원과 그 여정에 끊임없이 천착해온 소설가 윤대녕이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해온 자전적 에세이들을 한데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는 50세의 문턱을 막 넘는 시점을 맞아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반추하며 '삶의 복원'을 시도했다.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년의 기간 연재됐던 그 글들을, 재정리의 작업을 거쳐 단행본으로 펴냈다.

자신을 존재하게 한 고향집과 어머니에서 출발해 자신만이 겪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묵직하게, 때론 경쾌하게 서정적인 문체와 문학적인 깊이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사라진 기억들 속에 이미지로만 남겨져 있는 장소, 그때의 놓치고 싶지 않은 특별한 순간들이 다시금 되살아 난다. 

나무 타는 냄새 속에서 마주했던 어린 시절 부엌의 아궁이, 이제는 고인이 된 이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술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 극심한 내외적 갈등 속에서 도망치듯 걸음 했던 사원들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마주치는 공간들을 윤대녕 특유의 내밀한 관조와 감성적 시선으로 복기시킨다. 




‘왜 하필 ‘거기’여야 했을까?‘ 라며 던지는 공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은 과거를 되짚으며, 현재를 나아가 미래의 의미까지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가끔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비롯된 곳이 왜 하필이면 그곳이었을까? 내게 선택이 주어진 것은 아닐지라도 마당 곳곳에 채송화와 달리아와 백일홍 들이 피어 있는 밝고 화사한 공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의 운명은 어쩐지 태어날 때부터 그 집에서 이미 결정지어져 세상으로 내보내졌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곤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집이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소설가 구효서 씨는 이 산문집이 윤대녕과의 먼 거리를 연결해주는 '애틋한 징검돌'과도 같다며 "뒤늦은 순정을 깨달은 처자처럼 나는 처음인 듯 그에게 달려 건너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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