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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연락 주세요"…전국 여성들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쪽지남'의 정체

전국 곳곳에서 여성들의 가방에 노란 쪽지를 넣고 스토킹한 '연쇄쪽지남'의 정체가 밝혀졌다.

인사이트SBS '궁금한 이야기 Y'


[인사이트] 전현영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성의 가방에서 정체불명의 노란 쪽지가 나왔다.


쪽지 안에는 '우연찮게 몇 번 뵙게 되었는데 호감이 가서요. 나름 괜찮은 놈이니 좋게 봐주시고요. 연락 꼭 주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남겨져 있었다.


놀랍게도 서울, 부산, 대구, 경산, 포항, 광주, 경주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같은 글씨체로 적힌 똑같은 내용의 '노란 쪽지'를 받았다.


이후 그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연쇄쪽지마'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몇 년 동안이나 모르는 여성들의 가방 속에 몰래 노란 쪽지를 넣어 둔 의문의 '연쇄쪽지마' 남성을 추적했다.


해당 쪽지를 받은 여성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남성은 쥐도 새도 모르게 가방 안에 쪽지를 넣고 한 번 연락이 닿으면 끈질기게 매달리며 집착하는 등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늘 같은 패턴으로 여성들의 가방에 쪽지를 넣고 대시한 이 남성은 여성과 연락이 닿으면 출신대학이나 나이 등 자신의 신상을 바꿔 말하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SBS '궁금한 이야기 Y'


노란 쪽지를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한 대학교에 편입한 뒤 2014년 휴학을 하고 미등록 상태로 지내다 지난해 10월 제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30대 중반의 나이로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여성들에게 쪽지를 보내는 등의 행동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알려졌다.


'궁금한 이야기 Y'의 제작진은 쪽지에 남겨진 번호로 연락해 남성과 접촉을 시도했다.


남성에게 문자를 남긴 직후 전화가 걸려왔고, 해당 남성은 자연스럽게 "반월이랑 중앙로 등 시내에서 뵀다"고 거짓말을 했다.


30대 중반인 남성은 25살이라고 나이를 속이는가 하면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다니다 휴학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심지어 첫 전화 통화에서 말을 놓으라고 한 뒤 여대에 다니는 동생들로부터 잘 생겼다는 연락이 쏟아진다며 인기를 과시하기까지 했다.


인사이트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과 만나기로 한 남성은 약속 시각 직전에 아프다며 취소 통보를 했다. 이 남성은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정체를 숨기고 모르는 여성들의 가방에 쪽지를 넣어두는 것일까.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남성의 고향을 알아내 그의 어머니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어머니는 "경찰에서 몇 년 전에 전화가 왔다"며 당시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단순한 짝사랑인 줄 알고 넘겼다고 털어놨다.


아들이 방황하는 동안 착한 줄로만 알고 뒷바라지 한 자신이 후회스럽다고 밝힌 어머니는 "치료시키겠다"며 끝내 울먹였다.


이 사건을 접한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 남성이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심하다고 진단하며 "훌륭하고 강한 남성을 꿈꿔왔는데 그렇지 않은 자기의 모습에 좌절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SBS '궁금한 이야기 Y'


이어 "관계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실제 잘 맺지 못한 보상 심리 때문에 여성에게 쪽지를 보내고 관계를 맺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신과 전문의는 이 남성이 멈추도록 개입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들에게 문자를 하며 불안감이나 공포를 조성하는 남성의 행동은 법률적으로도 협박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방정현 변호사의 지적도 잇따랐다.


20대부터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 여성들의 가방에 쪽지를 넣는 무책임한 방법을 택한 평범한 30대의 남성.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해 남성이 저지른 '연쇄쪽지' 공격으로 수많은 여성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콤플렉스와 열등감으로 거짓말을 일삼으며 여성들을 괴롭힌 남성의 행동은 시청자들의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