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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토하는 대학생 너무 많아 아예 '검은봉지' 달아놓은 버스기사들

명문대 캠퍼스를 오가는 한 버스에 상시 비치된 '검정 비닐봉지'의 정체를 소개한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차에 비치해두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부족해요" 어느 버스 기사의 말이다.


대중교통인 버스에 특별히 비치해 두어야 하는 물품이 있다니, 대체 무슨 물품일까.


3월 개강 이후 4월에는 벚꽃이 폈다. 날은 점점 따뜻해지고 오는 5월에는 대학교 축제 시즌이다. 들뜬 마음으로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런 가운데 어느 특정 노선의 버스 기사 및 일반 승객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주인공은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와 송도캠퍼스를 오가는 M6724 버스다.


현재 연세대학교의 정책상 1학년들은 모두 송도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한다. 


볼거리와 놀 거리가 많은 신촌캠퍼스를 자주 찾는 학생들은 서울과 기숙사 사이를 주로 이 버스로 오간다. 버스 손님 대부분이 연세대 학생들이란 뜻이다.


연세대생들의 발이 되어주는 6724번 버스 내부 곳곳에는 검정 비닐봉지가 상시 비치돼 있다. 


인사이트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 뉴스1


'학생 여러분, 지성인답게 매너 있는 모습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도 함께다.


봉투의 용도는 다름 아닌 토를 하는 승객들을 위해서다. 그중 십중팔구는 술자리 모임 등을 가지고 기숙사로 귀가하는 학생들이다.


M6724 버스를 운행하는 기업 청룡교통 관계자는 20일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버스 노선이 생기고 그 이후로 봉투는 계속 있었던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갓 스무 살이 돼 자유를 만끽 중인 학생들이다. 술을 잔뜩 먹고 버스를 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천 송도와 서울 신촌을 오가는 버스는 길이 막히면 2시간에서 3시간까지 소요된다.


술에 취한 상태로 밀폐된 공간에 오래 갇혀있던 학생들이 결국 구토를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관계자는 "일주일에 주말 빼고는 거의 매일 있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토를 버스 구석에 몰래 하니까, 차라리 봉투에 하라는 뜻으로 비치해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봉투는 실제로 많이 쓰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그러나 이 봉투를 본인이 직접 가져가서 뒤처리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행을 마친 버스 기사들이 직접 일일이 수거하고 청소한다.


6724번 버스의 경우 유리창이 없어 환기가 어렵다. 자식뻘인 학생들의 토사물을 일일이 치우고도 버스 기사들은 다른 일반 승객들의 불평을 감수하고 있다.


실제 6724번 버스를 운행 중인 한 버스 기사는 "구토를 치우다가 애들 때문에 그만둔다"고 JTBC '뉴스룸' 취재진에 곤욕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청룡버스 외 M6724 버스 관계자 또한 "어린 학생들이라 난동은 없다"면서도 "몇몇 학생들이 (토를 하고) 그렇기는 하다"고 전했다.


인사이트Facebook 'yonseibamboo'


연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해당 문제는 계속 지적돼왔다. 실제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와 관련한 비판 글이 다수 게재됐다.


그러나 학생회도 학교도 "음주를 줄이도록 계도할 뿐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


견디다 못해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직접 호소 글을 올린 어느 버스 기사는 이렇게 적었다.


"토했으면 그냥 도망가지 말아 주세요. 명문대 이름에 먹칠하는 겁니다. 성인이라면 본인이 한 일 스스로 책임지고 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