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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가 뒤늦게 흥행에 성공한 이유

흥행에 실패한 채 쓸쓸히 스크린을 내릴 줄 알았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개봉 한 달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YouTube 'Nikolas Albrecht'

 

[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주토피아, 성인 2명이요~"

 

어린이들이 북적거려야 할 애니메이션 상영관에 웬일인지 어른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영화 '주토피아'는 개봉 초반 동물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주로 어린이들이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귀향' 등 국내외 화제작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디즈니사의 야심작 '주토피아'는 조용히 스크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뒷심을 발휘한 '주토피아'는 쓸쓸한 퇴장은커녕 한 번에 관객들을 쓸어 담으며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스크린을 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영화가 갑자기 흥행을 하게 된 원인이 자못 궁금하다.

 

영화 '주토피아'

 

영화 '주토피아'의 줄거리는 무척 심플하다.

 

어릴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던 토끼 주디는 "초식동물인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주변 이들의 편견을 깨고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반면 꿈 많던 여우 닉은 "여우는 나중에 어차피 사기꾼이 될 거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꿈을 포기하고 사기꾼이 된다.

 

영화의 배경인 '주토피아'는 10%의 육식동물과 90%의 초식동물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도시다.

 

두 주인공인 토끼 주디와 여우 닉은 우연한 계기로 함께 '육식동물 연쇄 실종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수사를 하던 중 실종된 이들이 야수로 변해버린 사실을 발견하는데 이에 닉은 자세한 내막을 파헤치길 원하지만 주디는 반대된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사건은 뜻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평화롭던 '주토피아'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지면서 관객들을 스크린에 빠져들게 한다.

 

YouTube 'FlimSelect'

 

'주토피아'는 얼핏 보면 '모두의 편견을 깨고 경찰이 된 약자 주디가 주토피아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전형적인 어린이들의 애니메이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본 어른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토피아에는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하고 강렬한 메시지가 있다"며 입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고 흥행의 시발점이 됐다.

 

입소문을 듣고 극장가를 찾은 어른들은 "주토피아는 비록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는 그동안 약자가 받는 차별에만 집중했을 뿐 이유도 없이 강자들에게 보낸 편견 가득한 시선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어 "낯선 도시생활을 하면서 주디가 느꼈을 외로움과 이질감부터 약자와 강자 간의 대립 문제까지 다루고 있어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영화가 진행된다"고 감상평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토피아'는 어른들이 봐도 손색이 없는 영화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뒤늦게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었던 셈이다. 

 

영화 '주토피아'

 

영화의 뒤늦은 흥행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어른들의 입소문을 타게 만든 '스토리'의 힘에 있다.

 

만약 주토피아가 단순히 동물들의 '약육강식'을 다룬 진부한 내용이었다면 어른들은 애니메이션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물들의 입을 빌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기에 어른들은 공감을 했고 자발적으로 입소문까지 냈던 것이다.

 

결국 어른들을 극장가로 이끈 것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스토리로 풀어낸 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토피아'의 흥행에 힘입어 앞으로도 어른들은 '스토리'가 있는 '어린이 영화'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비록 그게 애니메이션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