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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방송에서 "돈 많이 벌고 싶다" 말하면 '속물'인가요?

연예인들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바로 '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그것이다.

인사이트

(좌) Instagram 'suwonjang', (우) tvN '현장토크쇼 택시'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의 멤버 장수원이 한 방송에서 '돈'이야기를 꺼냈다가 팬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최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장수원이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묻는 MC들의 질문에 "젝키로 그동안 못 벌었던 거 좀 땡기고..."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팬들은 해당 발언을 놓고 "팬들의 사랑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냐", "결국 팬들한테 앨범 팔아서 결혼하겠다는 소리네"라며 장수원을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장수원은 SNS에 "당분간 젝키 활동에 더 신경 쓰고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며 "예능이기에 재밌게 이야기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팬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인사이트JTBC '냉장고를 부탁해'


그렇다면 방송에 출연해 솔직하게 '돈' 이야기를 했던 연예인은 모두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본다"며 비난을 받았을까?


그렇지 않다. 장수원의 문제 발언이 나온 다음 날 배우 성동일은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돈'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이날 MC 이영자는 성동일에게 "과거 인터뷰에서 '돈을 벌기 위해 연기한다. 예술 할 생각 없다'고 말한 것에 사실이냐"고 물었다.


성동일은 "돌려서 말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며 "갖고 싶고, 사고 싶고, 주고 싶은 것이 많으면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연기를 하고, '연기'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돈'에 대해 더욱 자극적으로(?) 말한 것은 장수원보다 성동일이었지만, 성동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쿨하다", "솔직하다"였다.


인사이트tvN '현장토크쇼 택시'


지금까지 많은 연기자에게 "왜 연기를 하죠"라고 물으면 대게 "어려서부터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연기를 할 때 가장 즐겁다" 등의 '모범답안'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성동일은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꾸밈없이 '돈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화려하거나 멋 내려 하지 않는 그의 연기답게 솔직하게 자기가 가진 '돈'에 대한 생각을 방송에서 대답한 것이다.


성동일의 이러한 대답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진솔하고 소박한 연기'와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진심어린 고백이었기에 시청자와 팬들은 진실성이 느껴진다고 반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동료들과 어울리고 행복하기 위해 '연기'라는 수단을 통해 돈을 번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한 집안의 가장(家長)이 중첩됐기 때문이다.


반면 1997년 젝스키스로 데뷔해 2000년 해체한 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는 장수원이 "돈을 벌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싶다"고 말한 것은 왜 문제가 됐을까.


장수원은 은퇴 후 10여년 동안 거의 무명에 가까운 힘든 시절을 겪었지만 최근 젝스키스의 컴백으로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다시 반겨주는 팬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자신의 '사리사욕'만 챙기려 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인사이트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하지만 그동안 장수원이 흘린 땀과 눈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장수원도 오랜 무명배우의 시간을 보냈던 성동일처럼 젝키 해체 후 16년을 거의 무명배우처럼 지내야 했다.


그런 장수원이 방송에 나와 "젝키로 못 벌었던 것 좀 땡기고"라고 말한 것은 '결혼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말을 예능에 맞게 재미있게 말하려 했을 뿐이다.


최근 좋은 기회를 잡았으니 이참에 '돈' 좀 모아서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너무 호되게 몰아세우는 것은 그에게 너무 가혹하다.


연예인들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공장에서 기계를 만지거나,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환경미화원 처럼,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배우'와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들이다.


장수원의 해당 발언이 조금 과했을 수는 있지만, 그의 바람을 있는 그대로 '속 시원하게' 표현했다고 바라봐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결국 연예인도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더 넓은 집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 한 푼, 한 푼 저금하는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년' 혹은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이다.


연예인이 방송에서 "돈 마니 벌고 싶다"고 말했다고 '속물' 취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