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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아들이 온라인 도박으로 3억원 날렸습니다"

최근 불법 온라인 도박에 빠진 10대 청소년들이 급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사이트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캡처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고등학생인 A군은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하느라 무려 '3억원'을 탕진했다.


여러 차례 도박을 끊어보려고 했지만 돈을 땄을 때 희열을 잊을 수 없었던 A군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의 돈까지 훔치는 불효를 저질렀다.


위 내용은 지난 9월 보도된 '부모님 돈으로 온라인 도박하다가 3억원 날린 10대' 기사 중 일부분이다.


부모님 돈으로 온라인 도박하다가 3억원 날린 10대도박에 빠져 부모님의 돈에 손을 대 3억원을 날린 철없는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공부해야 하는 10대가 불법 도박에 빠져 3억원을 날렸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사실은 이런 사례가 현재 10대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다리 게임, 홀짝 게임과 같은 온라인 불법 도박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아이들은 서로 알고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공유하는가 하면, 쉬는 시간엔 다 함께 모여 베팅을 한다.


우리 아이들의 교실이 도박판으로 물들고 있다. 


인사이트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 캡처


큰 돈을 딴 학생은 10대는 쉽게 구하지 못할 값비싼 물건을 사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는가 하면, 부모님이 준 용돈을 탕진하고 심지어 억대의 돈을 잃는 10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 도박 중독이 정책적 이슈로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0대들의 도박 중독에 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10대 때 도박에 빠지면 학업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을 떠나 '요행수'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성립하게 해 개인을 파탄으로 몰고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이다. 


아울러 10대 때 도박에 빠지면 성인보다 치유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사이트불법 도박 사이트는 동네 형 같은 친근한 문구와 유명 영화 장면을 이용해 10대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물론 역대 정부들은 그동안 불법 도박 대책 마련에 부심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행산업감독통합감독위원회와 경찰이 수사 권한 등을 놓고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그 사이 정부가 내놨던 대책들은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동안 청소년 도박 중독은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이 도박에 쉽게 빠지는 주된 요인으로 '또래 문화'를 꼽고 있다. 10대 때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탈선행위에 죄책감을 덜 느끼는 이유에서다.


또한 집단적으로 보이는 '한탕주의' 심리에 빠져 쉽게 휩쓸리는 영향도 크다.


별다른 본인 인증 없이 스마트폰과 통장만 이용해 가입이 가능한 불법 도박 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인 탓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도박의 늪'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인사이트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 캡처


안타까운 대목은 10대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학부와 교사들은 아직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그 배경에는 '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불법 도박 규모는 늘어나고 그 폐해가 10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지금, 정부 차원의 인식 개선 방안이 마련되야할 것이다.


보여주기식, 일회성으로 끝난 그동안의 도박 예방 교육은 대상이 학생들에 국한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렇기에 정부는 도박 예방 교육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학교 안과 밖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인사이트서울지방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1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책으로부터 압수한 현금 / 연합뉴스


더불어 지역 사회만의 정확한 실태 조사와 기관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도박 중독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센터만의 노력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계 기관이나 교육청 그리고 지역 사회 전체가 도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예방은 물론 사후 관리까지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청소년 도박 중독의 '골든타임'을 놓쳐 10년 뒤 대한민국 전체가 '도박 왕국'으로 변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10대에 '불법 도박'이라는 적신호가 켜진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