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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다"…러 대사 피격 순간 포착한 기자의 회고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격 현장을 포착한 AP통신의 사진기자가 특종의 순간을 회고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자다. 사진을 찍지 않고 도망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사람들이 그 때 왜 사진을 찍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격 현장을 포착한 AP통신의 사진기자 부르한 외즈빌리지(Burhan Ozbilici)는 특종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AP통신은 부르한 외즈빌리지가 19일 저녁 터키 앙카라의 전시회에서 포착한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Mevlut Mert Altintas)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던 생생한 사연을 전했다.


외즈빌리지가 포착한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는 총에 맞고 쓰러진 대사 옆에 서서 오른 총에 손을 들고 왼손 검지를 하늘로 치켜든 채 울분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다.


해당 사진은 피격 이튿날 전 세계 유수 신문 1면에 실렸다.


외즈빌리지는 19일 저녁 퇴근길에 안드레이 카를로프(Andrei Karlov) 러시아 대사가 축사하는 앙카라 현대미술관에 잠시 들렀다고 회상했다.


인사이트

연합뉴스


그는 "이것이 특별히 중요한 행사라서가 아니라 나중에 기사에 유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카를로프 대사의 사진을 찍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카를로프 대사가 잔잔하게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총성이 연달아 들렸고 행사장은 순식간에 극도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 외즈빌리지는 두려웠지만 도망치지 않고 사진기자로서 사명을 다했다.


외즈빌리지는 "총성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분쟁 지역에서 사진을 찍다 숨진 친구와 동료들이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총격범은 흥분한 상태로 쓰러진 대사 주위를 빙빙 돌며 벽에 걸린 사진을 부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고 외즈빌리지는 전했다.


외즈빌리지는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고 총격범에게 다가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카메라를 잡은 팔을 뻗어 셔터를 눌렀다. 세기의 특종은 그렇게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