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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 오성홍기에 스치네"...광주에서 매년 열리는 '광주 정율성 동요 경연대회'

중국의 3대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율성 기념사업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율성 동요 대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인사이트정율성과 그의 아내 정설송(딩쉐쑹) / 바이두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중국의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 기념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4년부터 광주MBC가 주관해 온 '정율성 동요경연대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18년 진행된 '2018 제5회 정율성 동요경연대회'의 일부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대회에 참가한 한 초등학교 합창단은 정율성이 만든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동요를 합창했다. 해당 곡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즐겁게 공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사이트YouTube '광주MBC'


합창단은 1절을 한국어로, 2절을 중국어로 불렀다. 


문제가 된 부분은 중국어로 부른 2절로 한국어 자막에는 "아침마다 우린 책가방을 메고 기쁨에 넘쳐 학교 가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한국어 자막 위에 병기된 중국어의 뜻은 "새벽바람이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스치네. 만리 산천에 노을이 붉게 물들었다"였다. 


가사를 한국어로 번안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바꾼 것일 수도 있지만 합창단원들이 본래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면서 한국의 어린 학생들의 중국을 찬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다. 


인사이트YouTube '광주MBC'


같은 대회에는 정율성이 작곡한 '평화의 비둘기'란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들도 있다. 


해당 장면 자막에는 "랄랄라 우리 조선 대원들 조국을 사랑하죠"라는 가사가 적혀 있지만 중국 악보에는 중국 공산당 소년선봉대로 되어 있다. 


정율성이 공산당 선전 동요로 만든 '평화의 비둘기'의 가사를 바꿔 아이들에게 부르게 한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동요회에 광주시는 매년 5000만원의 보조금을 줬다. 광주시는 2005년부터 광주와 중국에서 번갈아 정율성 음악제를 열었는데, 광주문화재단은 매년 3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했다.


인사이트KBS 'KBS 스페셜'


정율성은 중국의 3대 음악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광주에서 태어나 1928년 숭일 소학교를 졸업하고 1929년 전주 신흥학교에 입학했다가 1933년 중퇴했다. 


이후 중국 남경으로 건너가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서 수학하며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공부했다. 


1937년 중일 전쟁 이후에는 중국공산당의 본거지인 연안에서 본격적인 공산당 활동을 시작했으며 1939년에는 현재 중국인민해방군진행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1945년 연안에서 해방을 맞이했으며 그해 12월 북한 조선로동당 황해도 도당위원회 선전선동부장으로 취임해 활동했고,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북한군 군관 신분으로 참전했다. 


인사이트광주 양정동 정율성 흉상 / 뉴스1


전쟁 중 중공군이 패퇴하던 시점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으며 1956년 북한에서 연안파가 숙청된 이후 북한과 정율성의 왕래도 끊겼다. 


문화대혁명 시기 적폐로 몰려 홍위병들에게 협박을 받고,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았으나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에는 복권되었다. 


최근 광주시가 정율성의 생가를 복원하는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총 48억원이 투입됐으며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SNS를 통해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인사이트박민식 보훈부 장관 / 뉴스1


박 장관은 지난 28일 전남 순천역 호남 학도병 기념시설 건립 발표 자리에서 "정율성의 행적은 도저히 대한민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장관직을 걸고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삶을 기리는 사업에 국민 예산을 쓴다는 것은 단 1원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적도 중국으로 바꿨을 뿐만 아니라 중공군과 북한군이 잘 싸우라고 응원한 나팔수 역할을 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보훈부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해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헌법 소원 또는 공익 감사 청구까지 거론되고 있다. 


상이군경회·전몰군경유족회 등 보훈단체도 "공산당 나팔수를 기념하지 말라"며 이달 28일부터 연일 광주시청 앞에서 사업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인사이트강기정 광주시장 / 뉴스1


반면 광주시는 35년 전 정부가 시작한 한중 우호 사업을 계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기정 광주 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가 먼저 시작했다. 35년 전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8년 서울올림픽 평화대회추진위에서 정율성 선생 부인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 한중 우호 상징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박근혜 대통령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 정율성 음악이 연주 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해 많은 관련 보도도 있었다"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정부도, 광주시민도 역사 정립이 끝난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더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