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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 외모, 남자는 여자 '이것'본다" 확바뀐 일본 결혼 트렌드...이유는?

일본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조사에서 일본 남·여의 결혼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일본 드라마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출산율 저하에 남·녀 결혼 트렌드도 변화 중인 일본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사에서 일본 남·여의 결혼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최근 아사히TV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2021년 최신 출생동향 기본조사' 결과 일본 여성의 81.3%가 결혼 상대 남성에게 요구하는 조건으로 외모를 꼽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는 1992년 같은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외모를 결혼 상대의 조건으로 꼽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온 것 또한 처음이다. 


경제력에 대한 요구도 높게 나왔다. 여성이 꼽은 결혼 상대 남성의 조건 중 경제력은 91.6%로 집계됐다


반면 일본 남성들 중 여성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일본 남성들 중 여성의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1997년 조사 때보다 17%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즉 일본 남·여 모두 결혼 상대의 경제력은 물론 외모까지 조건으로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맞물린 현상"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 카즈히사는 칼럼을 통해 "여성도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져, 자신의 수입을 벌 수 있게 됐다. 경제 환경의 변화 등이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력을 포기하고 외모로 변한 게 아니라, 경제력은 원래 있는데 외모가 더해진 것"이라며 "여러 형태로 조건이 늘어났다는 것은 남성들에게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본은 1989년 이른바 '1.57쇼크'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구 감소 위기론에 휩싸인 나라다. 1.57 쇼크는 당해에 기록한 출산율 1.57명을 일컫는다. 


이후 일본은 인구 감소를 막고자 출산 보조금이나 보육 시설 확충 등 여러 수단을 썼으나 인구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2020년 일본 인구는 48만 명이 줄었고, 지난해에는 72만명이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소멸'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히로인 실격'


인구 감소 위기에 '벽치기' 교육까지 장려하는 일본 정부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에서는 '가베돈(壁ドン) 연습'을 독려하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가베돈은 우리말로 '벽치기'와 같은 의미다. 


일본 내각부는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 100년 시대를 위한 연애의 역할'이란 자료를 내고, 연애 약자 지원을 위해 가베돈을 비롯한 고백법, 연애 세미나 등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대변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비정규직 남성의 비혼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20년 기준 일본인 비정규직 남성 중 60%는 평생 결혼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정규직 남성 19.6%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혼인 건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남성의 비혼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는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한편으로는 30년 동안 인구 감소와 전쟁을 벌여온 일본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21년 최신 출생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일본 고학력 기혼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르면 대졸 이상 학력의 기혼 여성의 출산율은 1.74명으로 직전 조사인 2015년 1.66명보다 증가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러한 변화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육아 환경 개선과 일하는 방식의 개혁 때문에 고학력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원활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쿄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도입된 '아침형 근무 제도' 도입했다. 아침형 근무제도는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는 대신 잔업을 새벽 5시부터 8시 사이에 집에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2010년 0.94명에 그쳤던 이토추상사의 출산율은 지난해 1.97명으로 크게 올랐다. 


일본 인구 전문가들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의 혁식은 경제적 여력은 있지만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대졸 정규직 부부에게 출산과 육아의 길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