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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 만에 우울증 핑계로 퇴사한 아내...혼자 대출금 갚던 남편의 1년 뒤 근황

결혼 후 우울증으로 퇴사한 아내의 몫은 전부 남편에게로 돌아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혼 후 아내에게 찾아온 우울증, 결국 퇴사를 결정하는데...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결혼 후 직장을 다니며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이후 아내의 건강은 호전된 듯 보였지만 도리어 남편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하소연이 등장했다.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와이프는 재취업의 의지가 있는 걸까'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모 건설사에 재직 중인 남성 A씨는 "아내가 결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우울증이 찾아와 3개월간 휴직을 하더니 결국엔 퇴사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그는 "아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데 도저히 퇴사하지 말라고 말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아내가 휴직계를 낸 기간 동안 우울한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아내는 쉬는 기간 동안 병원에 잘 가지 않는 것은 물론, 처방한 약도 잘 먹지 않으며 친구들을 만나느라 바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아내가 우울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A씨는 "정말 괜찮은거냐"고 물었고 그럴 때마다 아내는 "우울증의 원인이 된 회사가 없어졌으니 다 나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말로는 "우울증 다 나았다", "재취업할 거다"라고 하지만 1년째 합격 소식을 전하지 않는 아내


그러는 동안 아내가 퇴사한 지 1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내는 "같은 계열 이직이 어려워 공기업을 목표로 공부를 해 재취업을 하겠다"고 남편에게 으름장을 놨지만 정작 문제집만 잔뜩 사 놓고는 깨작거린 흔적만 보이며 재취업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A씨는 "본인 입으로는 우울증이 완치됐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재취업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아내가 재취업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A씨 현재 혼자 버는 돈으로 주택 대출금을 포함한 생활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빠듯한 살림을 토로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 "도리어 내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아내는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가사에 보탤 수도 있었지만 "퇴직금은 내가 우울증까지 걸려가며 번 돈인 만큼 오로지 본인 몫이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돈을 가사에 한 푼도 보태지 않았다.


가정에 아내 몫의 벌이만큼이 줄어든 A씨는 결국 친가에 손을 벌렸고 사정을 알게 된 어머니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이러다 내가 우울증이 올 것 같다"며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하며 말문을 닫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퐁퐁당한 듯", "선택적 우울증", "남편은 안 힘들 것 같나", "글쓴이도 우울증 올 것 같다고 말해라", "혼자 그렇게 끙끙 앓다가 진짜 뭔 일 날 수도 있다", "아 이거 불안한데", "이거 쌓이고 쌓이다 터지면 그때는 답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글쓴이를 위로하는가 하면 아내의 태도를 꼬집었다.


한편 최근 5년간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겪는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하며 한국인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6월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진료 통계를 토대로 산출된 우울증·불안 장애 환자는 180만 명에 달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중 우울증 환자 수는 93만 3481명으로 2017년 대비 35.1% 증가했다. 불안 장애 환자 역시 86만 5108명으로 같은 기간 32.3% 늘었다. 이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만 추린 숫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이들은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낄 때 혼자 앓지 않고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증가세를 '건강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태임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한국 국민의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7.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 증세를 보이는 인구 비율은 36.8%로 조사국 중 가장 높았다.


두 수치의 거리는 마음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한국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