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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사진 유포 당한 충격으로 '40kg' 살 쪄버린 딸 창피하다며 모른 척한 엄마

과거 충격으로 80kg까지 쪄버린 딸이 창피하다며 외면한 엄마의 사연을 소개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드림하이'


[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나이는 24살, 성별은 여자, 몸무게는 80kg. 이 3가지 정보면 나를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돼지 같고 둔하고 미련한지 말이다.


가족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골칫덩어리 존재가 된 게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엄마조차 내가 창피하다며 모른 척할 정도니 더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제 동네에서 우연히 엄마를 마주쳤다.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지만, 엄마는 그냥 지나쳐 갔다.


못 들었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내가 불렀는데 못 들었냐"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창피하니까 밖에서 아는 척하지 말라"고 답하며 자리를 떴다.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충 눈치챘지만, 이런 말을 직접 들으니 서러움이 몰려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살을 빼기만 하면 다 해결될 일이지만 과거 큰 상처를 받았던 내게 다이어트는 아직 쉬운 일이 아니다.


3년 전 전 남자친구로부터 나체 사진과 영상 등을 유포 당했던 끔찍한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이 있는 줄도 몰랐기에 그 충격은 배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유포도 충격이었지만 나를 더 괴롭게 만든 건 엄마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엄마는 내 전남친을 욕하면서도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그런 걸 찍히냐"며 내 처신을 문제 삼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날 이후로 나는 완전히 망가졌다. 우울증과 폭식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병이 날 갉아먹었으며 죽고 싶단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는지 모른다.


2년 동안 살도 40kg 가까이 쪄버렸고, 이런 내 모습이 우습고 역겨워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작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다이어트로 10kg를 감량해 지금의 몸무게가 됐다.


비록 살을 빼도 80kg인 내 모습이 한심하고 못나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의 딸이 아닌가.


엄마는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데 말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드림하이'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올라온 내용을 각색한 해당 사연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주인공을 안쓰러워하면서 딸의 마음에 상처를 준 엄마를 비난하기도 했다.


일부 부모 중에는 자식을 강하게 키워야 말을 듣는다며 잘못된 '충격요법'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엄하게 대해야 한다며 자신들도 모르게 자식의 상처를 건드려 더 곪게 만드는 것이다.


적당한 채찍은 필요한 법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자식의 인생을 더 망쳐버릴 수도 있다. 주인공의 엄마가 그동안 거친 채찍질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상처를 보듬어줄 사랑으로 주인공을 감싸주기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