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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와 마주쳤을 때, 놀랐지만 오히려 대담해졌다”

2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조준성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의 최전선인 국립중앙의료원. 29일 이 병원 별관에서 만난 조준성(44) 호흡기센터장은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언제 급히 방호복을 입어야 할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이지만 양말에 구두를 신을 여유는 없었다.

 

그는 이 병원에 41일째 입원 중인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인 1번 환자(68)의 주치의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와 마주한 의료진이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이 1번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조 센터장은 "메르스 환자와 처음 마주쳤을 때 오히려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의심환자가 아닌 진짜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놀라기는 했지만 공포심을 느끼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이유로 "여기 같은 곳(국립 의료기관)이 갖는 역할, 그리고 그간의 경험, 그리고 전염병에 대한 자신감"을 들었다. 

 

조 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2012년 메르스 의심환자를 치료한 적 있었는데, 그때 이미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질 정도의 공포를 경험한 적 있었다"며 "그날 경험을 겪은 뒤라서 1번 환자가 왔을 때에는 오히려 대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감염병을 치료하는 것이 여기 같은 곳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고 비말감염이라는 바이러스성 질환의 특성상 방호복만 제대로 갖추면 겁낼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결핵 환자의 치료에 정통한 의사다. 그는 "호흡기 질환 중에서는 결핵이 가장 위험하다"며 "바이러스는 비말 감염이라서 침방울에 묻어야 전파가 되는데, 메르스는 제대로된 방호복을 갖추고 절차에 맞게 치료를 하면 전염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확신을 갖고 조 센터장은 1번 환자의 가래를 뽑기 위해 전염 위험이 높은 기관지 내시경 시술을 열흘간 직접 하기도 했다. 기관지 내시경을 시술하면 공기 감염을 일으키는 에어로졸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대담한 마음'으로 환자 치료에 임했지만, 조 센터장은 가족들에게는 보름 동안 자신이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은 메르스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뒤 언론들이 조 센터장을 소개하면서야 그가 1번 환자의 주치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뒤늦게 알게된 가족들에게 감염병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안심시켰고 가족들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는 1번 환자 외에도 여러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한번에 4시간은 입어야 하는 방호복을 하루에 두세번 정도 입었다 벗기를 반복하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조 센터장을 비롯한 이 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1번 환자는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이날 저녁부터 격리병상을 벗어나 재활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조 센터장은 "다행이 1번 환자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앞으로 재활치료와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때 세상 사람들이 과한 질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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