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키워준 부모님이 알고 보니 저를 훔쳐간 '납치범'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의사에게 납치돼 35년 만에 친엄마를 찾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 황비 기자 = "혹시 죽은 아기를 낳은 적 있나요? 당신이 사산된 줄로 알고 있는 그 아이가 저인 것 같아요"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를 가슴에 묻고 살던 여성은 낯선 사람에게서 온 뜻밖의 연락에 숨이 멎는 듯했다.
최근 스페인 매체 라오피니언은 태아가 '사산'됐다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아기를 빼돌린 의사 때문에 35년 만에 가족을 찾게 된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스페인에 사는 에스페란자 레갈라도(Esperanza Regalado)는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라는 남성에게서 '친구 신청'을 받았다.
에스페란자는 친구 신청을 흔쾌히 받아줬고, 이후 카를로스에게서 첫 메시지가 도착했다. 카를로스의 첫 질문은 "혹시 죽은 아기를 낳은 적 있나요?"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에스페란자는 무척 당황했다. 개인적인 질문이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20살 때 사산을 한 적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 아파 가슴 깊이 묻어놨던 기억이었다. 에스페란자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맞다"고 대답했다. 뒤를 이은 카를로스의 대답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카를로스가 "만약 당신이 사산한 적이 있다면 그 아기가 바로 저인 것 같아요"라는 답을 보내온 것이다.
35년 전 죽은 아기가 여태 살아있었다는 말에 에스페란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없었다.
출산한 아기를 한 번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보냈던 그날, 에스페란자는 남편 없이 홀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의 권유로 제왕절개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깬 에스페란자에게 의사는 분명 '아기가 죽었다'고 통보했다.
보호자도 없었고, 너무 어렸던 에스페란자는 죽은 아기의 시신을 눈으로 확인하지도 못했다. 그저 의사가 '아기의 시신은 병원에서 처리할 것'이라 한 말을 믿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의사가 에스페란자가 낳은 아기를 빼돌리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었다.
35년 후 성인이 된 카를로스는 어느 날 찾을 물건이 있어 집 다락방을 뒤적거리다 에스페란자의 신상 정보가 적힌 파일을 발견했다.
낯선 여성의 신상 정보가 담긴 파일을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었지만, 카를로스는 왠지 이상한 느낌에 여성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조사 끝에 카를로스는 이 여성이 자신의 생물학적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긴 시간이 지나서야 재회하게 된 모자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굳은 약속을 했다.
한편, 35년 전 아기를 납치했던 의사가 이후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