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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반대에도 "친일·독재자 동상" 세워둔 대학교

배재대학교 우남관 앞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을 두고 학생·교수진들이 철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배재대학교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배재대 일부 재학생들과 교수들이 학교 캠퍼스에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해달라는 시위에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함께 동상 철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학 측은 철거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 7일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 51개 대전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이 중에는 배재대학교 현직 교수와 졸업·재학생도 있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승만 동상 자진 철거를 촉구했다. 


인사이트(좌) Facebook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우) Facebook '이지영' 


배재대 이규봉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12년간 독재를 해왔다"며 "인권유린과 100만명 이상을 학살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18학번 이다경씨 역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제주도에서 3만명 도민을 학살하고 한강다리를 폭파시켰으며 친일파를 종용하고 국가보안법을 부활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재대에 동상을 세워놓는 것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며 학교 측의 동상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1인 시위도 시작됐다. 배재대 학생들로 구성된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배재대 모임은 이승만 동상 앞에 대자보를 붙였으며, 일부 교수들도 직접 피켓을 드는 등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배재대 전신인 배재학당 1회 졸업생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이 학교 교정에 세워진 건 1987년 2월이다.


당시 배재대 졸업 동문들이 기증해 자주로 광장에 자리하게 됐다. 같은 해 6월 항쟁이 일어나면서 학생들이 이승만 동상을 철거해버린다.


창고에 보관돼 있던 이승만 동상은 1990년 초 학교 측에 의해 다시 세워졌고 이때도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거했다.


그러던 중 2008년 학교 측은 건국 60년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이승만 동상을 다시 우남관 앞에 세웠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대학 홈페이지 학당연혁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학교는 '자랑스런 배재인' 항목에 김소월 시인, 신흥우 박사, 주시경 선생 등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을 나열하며 '배재의 가르침을 받은 신학문의 선구자들'이라 적었다.


인사이트뉴스1


이번 사안에 대해 배재대 측은 "총학생회가 기증한 것이기 때문에 철거 권한이 학교에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동상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도 물론 있지만 잘한 일도 못 한 일도 모두 역사의 일부다. 초대 대통령이라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재대학교 총동창회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가 있어 이승만 동상을 세운 것이 아니다"라며 "졸업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설립한 것이기에 단체의 요구로 철거하긴 어렵다. 오히려 설립 취지와 달리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