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 무덤 곁에서 눈에 덮인 채 시신으로 발견된 70대 치매 노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며칠째 폭설이 내리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실종됐던 한 70대 노인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전남 강진경찰서는 지난 11일 오후 6시 33분쯤 강진군의 한 저수지 인근 농경지 수로에서 박모(79·여)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박씨는 폭설로 인해 약 2cm 높이의 눈에 덮여있었다.


치매를 앓던 박씨는 지난 10일 낮에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함께 사는 아들부부가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 소방대원과 함께 어머니 박씨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만큼 눈이 쏟아져 박씨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튿날 오후, 박씨는 눈에 덮여 꽁꽁 언 채 친언니의 무덤과 가까운 장소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폭설이 내리는 날씨에 길을 잃고 헤매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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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날 서울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70대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12일 동아일보는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7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7일 오전 11시쯤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치매를 앓는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의 증세가 점점 심해지자 요양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고 이후 3년 간 홀로 지냈다.


병원비는 자식들이 해결했지만, 김씨는 "미안하니 내 생활비는 알아서 벌겠다"며 호텔에서 청소일을 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김씨는 갑자기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자녀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던 12월 31일, 늦은 생일잔치를 열었다.


7일 후 그는 세상을 등졌다.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김씨가 A4용지 절반정도 되는 종이에 남긴 유서 내용이다.


빈소를 지키던 김씨의 딸은 "어머니가 투병 중인 상황에서 당신까지 나중에 증세가 심해지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신 것 같다"며 "치매 증세가 나타났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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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 문제는 더 이상 내일의 일이 아니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망자 수는 9,164명이었다. 10년 전보다 114.1% 증가한 수치다.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자연히 치매 환자도 늘었다.


2030년에는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가 127만명으로 늘고 2050년에는 약 27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해 정부가 이달부터 치매 국가 책임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역 보건소에 252개 치매 안심 센터를 설치하고 치매 상담 콜센터 설치로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했다.


또 장기요양 확대, 치매안심요양병원 확충, 국가 치매연구 개발 10개년 계획 수립 등을 마련했다.


치매 걸렸는데도 '폭설' 내리자 남편 추울까 무덤 찾아가 눈 치운 할머니흐려져 가는 기억도 평생 함께해온 남편을 향한 사랑을 지울 수는 없었다.


"저도 치매 아내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는 택시를 탔습니다"작년 크리스마스 때 감동을 전한 택시기사의 사연, 그 택시를 이용한 또 다른 승객이 글을 올리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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