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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수록 아빠를 닮아가는 아이"…성폭행범 자식을 낳은 엄마의 고백

성폭행범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엄마의 고충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비 기자 =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나를 성폭행 한 남자의 눈이 떠올랐다"


성폭행 결과로 낳은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로서의 절대적인 사랑과, 트라우마 사이에서 괴로워 해야했던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BBC 라디오는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의 아기를 임신해 출산까지 한 여성 캐서린(Catherine, 가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과거 두 아이의 엄마였던 캐서린은 2년간 친구로 지냈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평소 젠틀한 성격의 남성을 좋은 친구라 생각한 캐서린은 아무 의심없이 그의 집에 놀러 갔고, 바로 그날 사건이 발생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남성이 갑자기 돌변해 캐서린을 힘으로 제압한 뒤 성폭행을 하고는 말없이 집을 나간 것이다.


당시 캐서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경찰에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성폭행당했다는 것을 누구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캐서린은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을 찾아가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남성은 그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캐서린은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이상 추궁할 여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캐서린은 자신이 성폭행당한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원하지 않은 임신이었기에 '낙태'를 생각했지만, 이미 두 아이의 엄마였던 캐서린은 차마 자신에게 찾아온 한 생명을 포기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캐서린은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했다. 싱글맘인 캐서린의 배가 불러오자 주위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위기를 다 견뎌낸 그녀였지만 정작 캐서린 자신을 가장 괴롭힌 건 태어난 아이의 눈에서 불쑥 나타나는 가해자의 얼굴이었다.


아이는 크면 클수록 생물학적 아빠의 얼굴과 똑같아 졌고,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자신을 성폭행한 그 남성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캐서린은 자신의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다.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한 후회도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이 괴로웠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사랑하는 아이를 '강간범'의 아이로 낙인찍게 할까 두려워 모든 고통을 홀로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담담하게 익명으로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지만, 지난 몇 년간은 캐서린에게 지독히 외로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캐서린은 "아이는 내게 '경이로움'을 안겨줬고, 나는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며 앞으로도 평생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연을 들은 청취자들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거다",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앞으로 상처는 잊고 행복한 일만 있길"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중생 성폭행·임신시킨 40대 기획사 대표에 '무죄' 판결한 대법원자신보다 27살 어린 여중생을 성폭행한 방송인 겸 기획사 대표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