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에 멱살 잡히고 똥 치우고'…응급실 근무 경찰관의 애환

인사이트연합뉴스


"술이 원수죠, 깨고 나면 다들 양반이죠. 주취자 도와주려고 응급실에 종일 있는데 다짜고짜 욕부터 들으면 씁쓸하기도 해요."


울산 중앙병원 응급실 한쪽에 자리 잡은 주취자 응급센터. 이곳은 경찰관 4명이 1명씩 교대로 상주하며 범죄와 안전사고 등에 노출된 의료진과 주취자를 보호한다.


지난해 7월 16일 병상 3개로 개소해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경찰관들은 이곳에서 취객 환자가 치료를 잘 받도록 돕는다.


응급실 간호사들은 대부분 여성이라서 다친 주취자들을 대하기에 힘이 달리기 때문에 이들을 보조하는 임무도 맡는다.


도와주려고 응급실을 지키고 있지만, 울산주취자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술꾼들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듣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실려오는 사람들이 술에 취하다 보니 횡설수설하는 것은 다반사고 병원 물건을 부수는 일도 있다.


심지어 경찰관들은 응급실에서 그대로 용변을 본 남자 취객의 '뒤처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주취자들은 자신들의 치료를 돕고 변을 치우는 경찰관들을 폭행한다.


지난 3월 친구 가족과 술을 마시다가 대학생인 친구 딸이 쓰러지자 주취자 응급센터로 데리고 온 50대 남성이 "치료를 늦게 해준다"며 의료진을 윽박질렀고, 이를 말리는 경찰관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가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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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에서 일하는 이윤규 경사는 "다친 취객과 함께 응급실로 들어온 술 취한 일행들이 갑자기 시비를 걸며 행패를 부릴 때도 있다"며 "'왜 경찰관이 응급실에 있느냐'며 따지고 들 때는 황당하다"고 12일 말했다.


주취자와 상관없이 병원에서 일어나는 난동, 항의, 민원 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강정모 경사는 "주취자 보호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있긴 하지만 경찰관으로 환자와 의료진에게 불편을 유발하는 다른 행위들 역시 당연히 모른 체할 수 없다"며 "환자의 개인적인 하소연이나 사연을 들어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경찰관이 함께 있어 든든하다.


환자나 환자 가족이 거칠게 굴다가도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있는 것을 보면 수그러들거나 자제하는 일도 종종 있다.


한 간호사는 "경찰관이 옆에 있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준다"고 털어놨다.


경찰관들은 길거리에서 방치됐을 주취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돼 큰 사고 없이 치료를 잘 받고 돌아갈 때나 주취자 가족들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건넬 때 보람을 느낀다.


경찰관들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주취자의 신원을 겨우 조회에 가족에게 인계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흐뭇하다"며 "주취자나 의료진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우리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다.


센터에는 개소 이후 지난 1년간(2015년 7월 16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489명, 하루 평균 1.4명이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연령은 50∼59세가 32.1%로 가장 많았고 40∼49세(22.5%), 60세 이상(19.2%)이 뒤를 이었다. 10대가 이송된 경우는 3.9%를 차지했다.


이송된 요일은 금요일 19.4%, 토요일 16.2%, 목요일 16% 순으로 많았다. 시간대는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 사이가 36%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7명이 난동, 폭행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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