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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성폭행당한 여대생이 극단적 선택하자 '정조 관념' 언급한 MBC 기자의 마무리 멘트

1997년 한 기자가 성폭행당한 여대생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전하면서 남긴 마지막 멘트는 당시 일부의 성 관념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았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997년 9월 11일, 한 여대생이 유서를 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폭행당한 후 수치심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다. 


여대생이 남긴 유서에는 "엄마 저 성폭행당했어요. 너무 힘들어요. 죄송해요. 꼭 잡아주세요. 아저씨가 너무 미워요. 살려달라고 빌었어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한 건 극단적 선택 1시간 전쯤이었다.


새벽 1시 30분경 김해시 구산동에서 택시를 탄 여대생은 택시 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에 붙잡힌 택시 기사는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데 아가씨가 드라이브하자고 해 갔다"고 진술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이 사건을 보도한 MBC 기자는 말미에 "수치스러운 삶 대신 죽음을 택한 여대생의 선택은 정조 관념이 희박해진 요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는 당시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PC통신을 이용하던 누리꾼들은 "성폭행을 당해서 죽었는데 이게 웬 클로징 멘트입니까"라고 반발했고, 15개 대학 학생회는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에 매체는 "피해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그 죽음의 의미를 절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많은 여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또 남성 위주의 편견을 옹호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됐습니다"고 사과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사건은 불과 25년 전 일이다. 당시에도 여성의 정조 관념을 중시하는 등 구태적인 성 관념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성폭행 사건 보도를 보면 남성중심적이고 가해자 시선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가 컸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옷차림에 대해 추궁하고, 유혹했는지 여부를 캐거나, 어두운 길로 다닌 이유 등을 전하는 식이다.


이러한 일련의 성폭행 사건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성폭력 사건 해결에 있어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됐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으나 피해자가 겪는 2차 가해는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관련 보도를 전하고, 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먼저 생각하는 세심함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