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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 다 천재? 시선 부담된다"...'우영우' 보며 씁쓸함 표한 발달장애인 부모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해당 드라마가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엔 도움이 됐지만 현실성이 부족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송상현 기자, 한병찬 기자 = "우영우를 보며 자신 있게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현실에서 변호사를 할 수 있는 자폐인이 있을까요?"


케이블채널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주인공을 자폐스펙트럼 변호사로 설정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많은 자폐인과 가족이 일단 드라마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난관을 극복해가는 우영우를 보며 자폐인들 역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우영우와 같은 천재성을 지닌 고기능 자폐인은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극소수 사례가 자폐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인사이트뉴스1


◇우영우로 "자폐성 장애 인식 개선될 것"…자폐인 "자신감 얻었어요"


15일 오전 찾은 '제2회 오티즘엑스포'(서울 강남구 AT센터)는 드라마 우영우 신드롬에서 파생된 명암을 새삼 실감한 자리였다. 이른바 자폐증박람회(Autism Expo)로 자폐성 장애와 발달 지연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 강연이 이뤄지는 행사다.


이날 차려진 부스는 90여개. 자폐성 장애인이 직접 안내를 담당하며 목청 높여 행사를 홍보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가 하면 자신이 속한 단체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자폐인도 눈에 띄었다.


물론 불안정한 시선으로 거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채 부모 등 보호자에 의존해야 하는 자폐인들도 많았다.


드라마 우영우에서 나온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라는 내레이션의 울림이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내내 가슴을 떠나지 않았다. 자폐의 공식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로 증상의 종류와 범위, 기능이 다양하다.


이날 관람객과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심찮게 '우영우'가 언급됐다. 행사 관계자는 "사전등록만 1만명이 했다"며 "우영우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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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자폐인과 가족들은 대체로 우영우 덕에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지훈 대한자폐스펙트럼연구회 회장은 "자폐는 장애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장애인도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드라마의 설정이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우영우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발달장애인도 있었다. 발달장애인 뮤지컬극단에서 활동하는 정범진씨(26)는 "드라마를 보며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자신 있게 도전하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게 웃었다.


앞서 장애인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차별화했다는 점을 평가하는 장애인 가족도 많았다. 우영우에서 장애인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다뤄지기보다는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묘사된다. 주인공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지만,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문제와 차별을 극복해가는 과정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현장에 부스를 차린 한국성인자폐(성)자조모임(ESTAS) 관계자는 우영우에 대해 "자폐에 관련한 중요하고, 논쟁적인 지점들이 언급됐다는데서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해 진전된 지점이 있다"며 "자폐인들의 어려움도 소개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발달장애 6살 딸과 함게 행사장에 온 40대 이모씨 역시 "그동안 장애인은 아프니까 배려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는 시선으로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게 대부분이었다"면서도 "이번 드라마에선 이런 부분이 약간 사라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인사이트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고기능 자폐인 현실엔 극소수…"자폐 다 천재? 시선 부담돼"


다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드라마 우영우를 보며 씁쓸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폐인 묘사가 현실적이지 않아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걱정된다는 것이다.


자폐와 지체장애를 가진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현장에 온 김모씨(여·51)는 "현실성이 떨어져서 드라마에 크게 감동하지 못했다"면서 "우리 아이는 돌발장애란 게 있어서 (생활이) 어려운데 우영우는 자립할 수 있는 경증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발달장애인 아이를 봤지만, 변호사를 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들의 손을 꼭 붙잡고 있어야 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지적장애가 없고 특정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 '고기능 자폐'로 나온다. 이 때문에 모든 자폐인을 우영우처럼 여길까봐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12세 아들과 함께 온 김모씨(여·49)는 "우영우같은 사람은 한 시대에 한명 정도만 존재할 수 있는데 자폐인은 다 그럴 것(천재적)이라는 오해가 생길까 걱정이 된다"며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도 자폐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뛰어난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씁쓸함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