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10개 들고 '자살면책' 만료 직후 극단적 선택...대법원 "보험금 줘야"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뉴스1] 류석우 기자 = 단기간에 10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사에서 정한 자살면책기간인 2년이 지난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의 유족들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의류사업을 하던 A씨는 2015년 1월부터 3월6일까지 생명보험 10건에 가입했다.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5년 9월 귀국했고, 이후 별다른 소득활동 없이 중국의 사업체와 점포를 정리하며 지냈다.


A씨는 10건의 생명보험 중 마지막 생명보험 가입일인 2015년 3월6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3월 7일 집을 나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보험사들은 A씨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인사이트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 뉴스1


이에 A씨 유족 측은 보험약관에 피보험자가 계약의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이후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며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유족 측은 우선 3개 보험사를 상대로 배우자에게 가각 8500만원, 자녀 2명에게 각각 57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A씨의 재산상태와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이후 정황 등 사정을 보면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보험계약상 2년이 경과한 이후 자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약관에 대해선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는 경우까지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보험계약 체결 동기가 보험금의 부정 취득을 노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15년 10건의 보험에 추가 가입해 매월 75만원을 부담해야 했으나, 이미 2010년부터 매월 271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었던 점을 보면 75만원이 과다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는 보험을 통해 추후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비하려는 안전 추구 성향이 강했다고 보인다"며 "보험계약 체결 이후 2016년 1월 중국에서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는데,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의 통상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지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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