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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 "내일부터 분류작업 중단"…또 배송대란 위기

전국택배노동조합이 7일부터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 단체행동 돌입을 예고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뉴스1] 김진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이 7일부터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 단체행동 돌입을 예고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급부상하며 정부·여당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으나 앞선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며 진통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택배노조 단체행동을 하루 앞둔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려와 응원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한 맘카페에는 "다음주부터 신선식품 발송접수가 불가능하고 다른 물품도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한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배송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온라인 판매공지도 다수 볼 수 있었다.


관련 글에는 "택배사 파업 정말 난감하다" "또 파업이냐"는 반응 외에도 "고생이 많으신데 이번 기회에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과로사 문제가 먼저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택배노조는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7일부터 택배노동자가 택배 분류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행동 의사를 밝혔다. 이어 "출근을 2시간 늦춰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개인별 분류 물량만 사측으로부터 인계받아 차량에 적재·배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인원은 노조 가입자 6500여명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이는 1월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에 포함된 '택배 분류작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는 2차 회의가 8일 열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까대기'라 불리는 분류작업은 4~5시간씩 소요되지만 택배노동자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공짜노동이란 점에서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와 여당, 택배노사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1차 합의 당시 △택배기사 업무에서 택배분류작업 제외 △택배기사 작업시간 제한 △심야배송 금지 등에 합의했으며 CJ대한통운 등 대형 3사는 총 6000명의 분류지원인력 투입 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이 여전하며 1차 합의가 택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택배사 배불리기' 결과를 낳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올해만 5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4월부터 CJ대한통운 택배요금이 건당 평균 150원 인상됐으며 올해 말이면 평균 200원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런데도 택배기사들의 건당 배송수수료는 8원 오르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문제는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 제외 시기 등을 놓고 갈등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1차 합의가 이뤄진 1월21일 이후 엿새만인 27일 택배노조는 일부 사측이 합의를 파기했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사측은 "당장 추가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 게 파기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당시 갈등은 6시간에 걸친 국회 중재 끝에 마무리됐으나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8일 회의에서도 분류작업 제외 시기를 둘러싼 이견 노출이 예상된다. 현재 일부 사 측은 '1년 유예'를 내세우고 있으며 노조 측은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 측은 분류인력 모집기간 등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유예에 한해 수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승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교섭력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택한 방식"이라며 "해결의 진전이 없고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쟁의행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 해결이 아닌 순간 모면책밖에 낼 수 없는데 그렇게 해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경쟁이 치열한 택배업계가 적절한 업무 배분과 지켜야 할 원칙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