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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실종된 7살 '가재 소년'들이 산속에서 28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마을 뒷산에 가재를 잡으러 갔다가 실종된 일곱 살 남짓한 세 어린이들은 생사의 고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배려하며 28일을 보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과거 1979년 7월 7일 울산에 살던 세 어린이는 마을 뒷산으로 가재를 잡으러 갔다가 실종됐다.


아이들은 실종 28일만에 산초를 캐러 왔던 세 할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이미 한 달 가까이 지나 겨우 일곱 살 남짓 된 아이들이 산속에서 살아있다고 믿기는 힘든 시점이었다. 구조된 어린 아이들의 놀라운 생존력에 세간은 발칵 뒤집혔다.


과연 세 아이들은 28일 동안 어떻게 산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걸까.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가재를 잡기 위해 남목산을 찾은 세 아이는 가재에 정신이 팔려 계곡을 거슬러 오르다 실종됐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데다 길을 잃고 힘도 다 빠진 아이들은 마을 근처에 다 왔다가도 잡목 숲이 우거져 다시 길을 잃기 일쑤였다.


배고픈 아이들은 가재 한 마리를 잡아 바위에 널어 말렸다가 셋이 똑같이 나눠 먹기도 했다. 폭우가 쏟아진 후엔 가재를 잡을 수도 없었다.


첫 날 울다 지쳐 잠들었고 다음날부터는 산딸기를 따먹거나 빗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비가 올 땐 물이 흘러내려 누워 자질 못해 셋이서 등을 맞대고 앉은 채 잠들었다.


어느 날은 꽤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들을 찾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아저씨요" 대답했지만 목소리가 작았는지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이들은 높이 3m, 폭 1.5m 정도의 바위틈 공간에서 겨우 자리 잡고 28일을 버텼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아이들은 동네 부인들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됐다. 뒷산에 오른 세 할머니는 어디선가 희미한 신음소리를 들었다.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목소리는 어린 꼬마 두세 명의 목소리였다.


실종된 동네 아이들이 해를 입었거나 유괴됐을 거란 추측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할머니들은 "설마... 다른 아이들이겠지" 생각하면서도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 3명이 서로 등을 기댄 채 웅크려 앉아 있었다.


"아가, 어디 사는 아기들이니?"라고 묻는 할머니의 질문에 아이들은 "남목입니다"라고 답했다. 바로 실종됐던 가재 소년들이었다.


구조대 틈에서 어머니를 발견한 한 아이는 "엄마, 나 많이 찾았지?"라며 울 기력도 없이 미안한 표정만 지었고 어머니는 말라비틀어진 모습의 아들을 보고 실신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들은 35일간 입원치료 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집을 찾고 싶었지만 나중엔 움직일 기운조차 없어 엄두도 못 냈어요", "그때 배가 몹시 고팠지만 아무리 작은 거라도 셋이 나눠먹은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작은 음식도 똑같이 나눴고 한 아이가 추우면 다른 아이가 끌어안는 등 협동과 우애를 발휘했다.


생사의 고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배려하며 28일을 버텨낸 시골 어린이의 값진 귀환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한편, 당시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걸린 현상금은 무려 300만원이었지만 세 할머니는 부모를 직접 찾아가 "어린 생명을 구한 것만도 흐뭇한데 상금이라니 당치도 않다"며 현상금을 포기했다는 미담을 남겼다.


이후 성인이 된 가재 소년들은 "당시 할머니들에게 발견되지 못했더라면 아마 죽었을 것"이라며 명절 때마다 찾아뵙곤 했지만 이젠 모두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