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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다 잠든 이웃 때문에 새벽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광주 오피스텔 주민들

화재가 발생한 층과 다소 떨어져 있어 연기나 냄새 등을 맡지 못한 한 주민은 사이렌 소리를 '오작동'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이수민 기자 = 지난 22일 새벽 2시.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A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나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피하는 대신 잠을 선택했다. 입주한 지 6개월 째, 벌써 수차례 들었던 익숙한 사이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오작동이겠지'라고 생각했던 A씨. 하지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어디선가 탄내가 느껴졌다.


잠시 후 현관문을 연 A씨의 눈 앞에는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이번엔 진짜구나'라고 생각한 그는 그제서야 수건을 적셔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뉴스1


매운 연기가 눈과 코를 찌르는 가운데 복도에 모인 A씨와 다른 입주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했다.


화재경보기가 작동해 평소 이용하던 복도 중문이 자동으로 닫혀버린데다 초록색 '비상구' 유도등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체격이 큰 한 남성이 앞장 서 중문을 몸으로 밀었다. 닫혔던 문이 강제로 열리자 입주민들은 우르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 옆에 비상계단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화재로 당황한 입주민들은 그 누구도 '계단 대피'를 떠올리지 못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같은 오피스텔에 살고있는 B씨 역시 이날 대피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복도에서 만난 한 입주민이 소화전에 달린 화재 경보기를 끄려고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층과 다소 떨어져 있어 연기나 냄새 등을 맡지 못한 그가 사이렌 소리를 '오작동'으로 오인한 것이다.


B씨는 해당 입주민을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그는 "여기서 오래 살았는데 오작동이 잦다. 불이 안 났다"며 외려 B씨의 대피를 말리기도 했다.


이들은 뒤늦게 알려온 '실제상황'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서둘러 대피하긴 했지만 그 사이 매캐한 연기가 건물 구석구석을 파고든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