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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전 중국 수나라가 굴복하라고 협박하자 먼저 '선빵' 날려버린 고구려왕

수나라의 속셈을 간파한 고구려 영양왕은 만 명의 군대를 동원해 수나라의 관문인 임유관을 선제 공격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국제회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각국의 대표들이 서로 웃고 담소를 나누지만 대화에는 뼈가 담겨 있다. 


각국의 국익을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펼치고, 때로는 협박성 요구를 할 때도 많다. 


1400년 전 고구려와 수나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된 중국의 대륙을 통일한 수나라는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에 신하가 되길 강요했다. 


이러한 협박은 고구려에도 미쳤다. 수나라는 고구려에 "정성과 예절을 다하지 않는다", "지금의 왕을 쫓아내고 새로운 왕을 세우겠다", "말을 잘 들으면 된다"라며 엄포를 가했다. 


인사이트수나라의 영토 / wikipedia


고구려를 신하의 국가로 삼는 건 건 수나라를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고구려가 굴복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도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나라의 협박에 고구려 내부에서는 '강대국 수나라와 화해하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의견과 '굴복해서는 안 된다, 싸우자'라는 주장이 맞섰다. 


이런 고구려를 보고 수나라는 혼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고구려를 공격하려고 30만 명의 군대를 준비했다. 


그러나 손을 놓고 당할 고구려가 아니었다. 수나라의 속셈을 간파한 고구려 영양왕의 '선빵'을 택했다. 1만 명의 군대를 동원해 수나라의 관문인 임유관을 선제 공격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안시성'


고구려에 한 방 맞은 수나라는 자존심에 커다란 스크레치가 생겼다. 서둘러 30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를 공격하는데 '오판'이었다. 


시기를 잘못 선택해 수나라군이 고구려 국경에 도착하자마자 장마와 태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뛰어난 외교력을 갖추고 있었던 고구려는 이때를 노려 옆나라 돌궐에게 수나라의 후방을 공격하게 했다. 수나라는 군대를 돌려 돌궐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고, 피해는 심각했다. 


수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수서'에 따르면 수나라 군대가 퇴각할 때 사망자가 열의 아홉이나 됐다. 고구려의 K.O 승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연개소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수나라의 고구려 공격은 113만의 대군이 동원된 살수대첩으로 이어졌고, 이마저 패배한 후에는 국력을 크게 상실하고 멸망하게 된다. 


당시의 인구를 비교하면 수나라는 고구려의 10배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작았던 고구려가 수나라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었던 건 강력한 군사력과 더불어 뛰어난 외교력 덕분이었다. 


고구려는 주변국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갔고 향후에 전개될 세계의 질서 개편의 방향과 내용을 에측하면서 그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고구려의 '선빵'은 단지 1400년 전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