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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반 중 눈에 파묻혀 숨진 한국인 등반가의 손에는 '양말'이 씌워져 있었다

히말라야 등반 도중 착란 증세로 장갑을 벗는 막내 대원에게 양말을 씌워준 등반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인사이트KBS1 'KBS스페셜 ‘친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원정대가 마나슬루 BC(4,200m)에 도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0년 4월 2일이다.


아직 앳된 모습이 가득했던 故 박행수 대원과 그런 막내 곁을 끝까지 지키던 故 윤치원 대원이 하산 도중 목숨을 잃었다.


당시 강연룡(38), 김미곤(38), 윤치원(40), 박행수(27) 등 5명의 대원 등으로 구성된 한국도로공사 원정대는 '해발 6,000m 위의 날씨 좋다'는 일기예보에 등반 강행하다 갑작스러운 악천후로 비박해야 했다.


어렵게 비박할 만한 장소를 찾은 원정대는 팀을 나눠 하룻밤을 보냈지만 다음 날 아침 박행수 대원의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하고 말았다.


인사이트


인사이트KBS1 'KBS스페셜 ‘친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화이트아웃과 고산병으로 인한 정신 착란 증세로 자신의 장갑을 벗어 던져 손에 심각한 동상을 입었다.


강연룡 대원과 윤치원 대원은 계속해서 박행수 대원의 손에 장갑을 씌워줬지만 그는 계속해서 장갑을 빼냈다.


하산 시간이 촉박해지자 윤치원 대원은 강연룡 대원에게 "일단 네가 먼저 내려가라. 먼저 내려가고 행수는 내가 데리고 내려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치원 대원과 박행수 대원은 끝내 하산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KBS1 'KBS스페셜 ‘친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1년이 흐른 뒤 동료 등반가들은 차디찬 곳에 두 대원이 묻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원정에 나섰다.


이들 역시 발가락을 모두 잃는 등 심각한 동상 후유증을 겪고 있었지만 쓸쓸하게 홀로 있을 동료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장갑을 벗어 던졌다던 故 박행수 대원의 손에는 양말이 씌워져 있었다. 막내 곁을 끝까지 지켰던 윤치원 대원이 자신의 양말을 벗어 씌워준 것이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손이 꽁꽁 얼어버린 막내를 차마 그대로 둘 수 없었던 형의 마지막 배려였다.  


인사이트KBS1 'KBS스페셜 ‘친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동료들은 양말이 씌워진 故 박행수 대원의 손에 새 장갑을 씌워주고 시신을 수습했다. 안타깝게도 故 윤치원 대원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KBS1 'KBS스페셜 ‘친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를 통해 전해진 사연은 당시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착란 증세로 장갑을 벗어 던지는 막내의 손을 끝까지 붙잡고 양말을 벗어 씌워준 故 윤치원 대원의 행동은 현재까지도 눈시울을 붉히며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