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를 아내로 둔 남편의 못다한 이야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아내로 둔 남편이 평생 살아오며 가슴에 담아둔 아픔을 고백했다.
via SBS 스페셜 '최후의 심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아내로 둔 남편의 고백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지난 15일 SBS스페셜 '최후의 심판, 엄마여서 미안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외한 할머니 남편 송선호 할아버지(87)와 그 가족이 출연해 가슴 아픈 역사를 증언했다.
송 할아버지는 결혼한 첫날 밤 '몸을 안 주려던' 김 할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아내에 대한 의문은 첫 아이를 낳고 난 뒤 풀렸다.
"위안부로 끌려갔었다"는 아내의 고백. 할아버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via SBS 스페셜 '최후의 심판'
그날 이후로 부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위안부'라는 비밀을 가슴에 형벌처럼 간직한 채 평생 끙끙거리며 살아왔다.
11살의 나이에 끌려가 매일 밤 군인 10명씩 상대하며 얻어 맞아 골병이 든 할머니는 평생 병으로 고생하다 치매가 든 채로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도 벙어리 냉가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는 "남의 남자와 뭐하던 것을 내가 데려와서 사니 기분 좋게 못 살고, 지금이라도 새 장가 가서 새 사람하고 살아봤으면 (생각했었어요)"라고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마음이 더 착잡하다는 할아버지는 "(일본이) 말이라도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사과라도 듣고 갔으면 그래도 저승 가서 잊어버리든지 할 텐데 사과도 못 듣고 가니 너무나 분하다"고 말했다.
앞마당에 꽃이 피면 할아버지는 꽃을 좋아했던 할머니가 더욱 그리워진다. 할아버지는 인터뷰에서 "여기 앉아 있으면 저 마당으로 걸어 들어올 것 같아"라며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