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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실패하고 사라진 25살 딸이 3년 뒤 원룸서 고독사했습니다"

25살 딸을 고독사로 먼저 보낸 부모의 사연이 전해져 누리꾼을 안타깝게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삶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실패할까 무서워요"


이 말 한마디 남기고 사라져버린 제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생이 두렵다며 집을 떠난 딸을 기다린 지 3년째 되던 어느 날 연락이 오더군요.


딸이 원룸에서 고독사했다고요.


딸이 마지막으로 남긴 수첩에 빼곡하게 적힌 알바 기록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저,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자식을 앞서 보낸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쉽게 헤아릴 수 있을까.


심지어 가족이 있는데도 '고독사'로 삶을 마감했으니 그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25살 딸이 고독사한 뒤 저도 죽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BC '엄마'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작성자 A씨는 "제 딸은 삼수를 망쳤습니다. 그 이후에 사라졌어요. 연락도 안 되고, 찾으려고 노력해도 못 찾았고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수능을 연달아 망친 딸은 3년 전 '삶의 의미를 모르겠다. 이번에도 실패할까 무섭다. 찾지 말아줘라, 미안하다'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실종 신고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남겨놓은 탓에 A씨는 실종 신고를 하지 못했고 심부름센터, 친구들에게 연락해 딸의 행방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A씨는 충격적인 연락을 받았다. 딸이 원룸에서 고독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그래, 그런거야'


3년 만에 만난 딸을 허망하게 보낸 A씨는 자식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삶의 두려움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보려 공장,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한 기록을 적은 딸의 수첩은 칼처럼 날아와 심장을 후벼팠다.


A씨는 "딸에게 절대 공부로 압박한 적 없고, 하고 싶어 했던 성형수술이나 재수학원, 유럽 여행까지 다 지원해줬다"며 "그런 딸이 이렇게 가버리니 가슴이 너무 쓰라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 일을 생각하면 울고 싶고 지금 내 마음을 누가 알까 싶다. 삶의 의미를 잃었다", "국내에서 1년에 고독사하는 소외계층이 몇천 명이라는 게 와닿는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고독사는 비단 A씨의 딸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Korea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서울시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룸, 고시원에서 사망한 서울시 사망자는 2018년 46명, 2019년 47명이었고, 올해 1~9월 말 기준으로는 25명이었다.


해당 자료는 서울시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에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삶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거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원룸, 값싼 고시원을 중심으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보통 단절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챙김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더이상 쓸쓸하고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 확립 및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