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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임금 성종을 만나고 싶었던 '사생팬'한테 찾아온 뜻밖의 행운

조선 시대 백성이었던 이희동은 임금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가 우연하게 잠복나온 성종을 만나 역사 속 성덕으로 남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왕과 나'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조선 시대 성종은 여러 성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재위 중에도 그의 따뜻한 성품과 넓은 아량이 소문으로 널리 퍼져 그를 흠모하는 백성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김희동이란 농민은 성종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오늘날 표현으로 말하자면 역사 속 '성덕'으로 이름을 남겼다.


성종은 미복잠행(微服潛行)으로 유명한 군주였는데 이희동과 만난 날도 중신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편복으로 갈아입은 뒤 운종가(雲從街·지금의 종로)로 나섰던 때였다. 


성종이 광통교 위를 지날 때 이희동은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었다. 마흔 남짓 되어 보이는 남루한 행색의 그에게 성종이 다가가 누구냐고 물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왕이 된 남자'


이희동은 "저는 경상도에 사는 숯장수인데 마흔이 넘도록 어진 임금이 계신다는 한양 구경을 못 했지요. 그래서 서울 구경도 하고 임금님도 뵈려고 벼르고 별러 여기까지 왔습니다"고 답했다. 


이어 성종을 향해 "그런데 뉘신데 밤이 깊은 서울을 이렇게 나다니시오. 보아하니 선비 같은데..."라고 했다. 


자신이 임금인지 모르는 이희동의 모습에 성종은 시치미를 뚝 떼고 "나는 동관에 사는 이 첨지란 사람이오. 임금이 있는 곳을 알기는 하오만, 만일 알려주면 무슨 말을 전하려 하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희동은 "참말이지 우리 고을에선 사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임금을 칭찬하오. 임금님이 백성을 사랑하셔서 우리가 걱정 없이 잘 산다는 거지요"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일지매'


그러면서 "빈손으로 뵙긴 뭣할 것 같아 우리 고을 명산인 전복과 해삼 말린 것을 좀 가지고 왔지요. 임금님께 이것을 드리려 하니 어디 임금님을 좀 뵙게 해주시구려"라고 간청했다. 


이희동의 소박하고 순진한 마음에 감동한 성종은 마침 달려온 무예별감들에게 일러 이희동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희동은 "이렇게 시골 사람을 후대하시니 이 첨지의 은혜가 큽니다"라며 다시 한번 "어떻게 우리 어질고 착하신 임금님을 만나게 해줄 수 없소"라고 부탁했다. 


성종은 "벼슬이 없는 사람은 임금을 대할 수 없게 돼 있소 내가 뵐 수 있도록 주선해볼 테니, 임금을 뵙고 싶다면 무슨 벼슬 하나 청해보시오. 내가 힘써서 되도록 해보겠소"라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왕과 나'


이희동은 순간 난처했지만 자신의 고을에 충의 벼슬을 하는 양반이 있어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무슨 수로 그런 벼슬을 얻겠냐며 갖고 온 물건만이라도 전해달라고 했다.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았던 성종은 궁궐로 돌아가 이희동을 충의조사에 임명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며 궁으로 데리고 갔다. 


시키는 대로 하던 이희동은 이 첨지가 용상에 앉는 모습을 봤다. 그때서야 성종은 "내가 임금이다. 네가 짐을 보러 수백 리 길을 왔다지. 겁내지 말고 쳐다보아라"라고 했다. 


그때서야 이 첨지가 임금임을 알게 된 희동은 놀라 가지고 온 해삼과 전복을 모두 떨어뜨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일지매'


성종은 자비 가득한 눈으로 웃음을 보이며 "해삼과 전복은 희동이 나를 위해 먼 길을 걸어 갖고 온 것이니 수라간에 보내 내 한 끼 반찬으로 하여라"라고 어명을 내렸다. 


신하들은 성종의 처사에 감읍했고 희동은 후한 상금을 받은 뒤 말을 타고 금의환향했다. 


조선 시대 '성덕' 이희동과 어진 임금의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자주 회자하며 흐뭇한 웃음을 전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아닌 자신보다 신분이 훨씬 낮은 백성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성종의 모습이 오늘날 많은 이가 원하는 참된 리더의 모습이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공감을 사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