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도중 수컷 마음에 안 들면 '19금 연기' 열연하고 도망가는 '팜므파탈' 물고기
암컷 브라운 송어는 산란기 때 수컷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오르가슴을 느끼는 연기를 하고 떠난다고 알려졌다.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남녀 사이에도 늘 배신당하는 쪽이 있듯, 물고기 세계에도 냉혹한 뒤통수에 눈물을 흘리는 쪽이 존재한다.
팜므파탈 매력으로 수컷의 마음을 뒤흔들고 떠나 버리는 암컷 브라운 송어(Brown trout)가 그 주인공이다.
암컷 브라운 송어는 오로지 번식을 위해 수컷과 교미를 맺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오르가슴을 느끼는 연기를 하고 달아난다고 알려졌다.
브라운 송어의 경우 암컷이 알을 낳으면 그 위에 수컷이 정액을 뿌리는 방식으로 수정한다.
산란기가 되면 암컷 브라운 송어는 온몸을 떨며 수컷을 유혹하는데 이때 다가온 수컷의 사정 타이밍이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좋은 척 연기한다고 한다.
실제로 스웨덴 국립 어업협회 에릭 페터슨(Eric Peterson)이 진행한 관찰 연구에서 암컷 브라운 송어 177마리 가운데 69마리가 짝짓기 시 만족스러운 척 연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페터슨은 이 같은 암컷의 연기에 대해 알 위에 제대로 정액이 뿌려져야만 수정확률이 올라가는데 이를 제대로 못 하는 수컷이라고 판단될 경우에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을 낳는 대신 혼신의 19금 연기를 하며 다른 수컷을 유혹하는 것. 이때 암컷은 몸을 열심히 떨며 수컷을 완벽하게 속인다고 한다.
수컷은 암컷의 연기에 속아 흥분된 상태로 사정 준비를 하고 그사이 암컷은 알을 낳지 않고 재빨리 도망간다.
홀로 남겨진 수컷은 영문도 모른 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셈이다. 이후 암컷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구덩이를 파고 또 다른 수컷을 기다린다.
그렇게 최고의(?) 파트너가 나타날 때까지 암컷의 속임수 작전은 반복된다고 한다.
암컷에게는 번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 19금 연기 작전. 그러나 뒤통수를 맞은 수컷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