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아파 동물병원을 찾았는데 수술실 들어간 지 5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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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최서윤 기자 = 어느 동물병원의 황당 진료로 인해 강아지, 고양이가 죽거나 장애를 입는 의료사고가 속출한 것이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12일 KBS '제보자들-피해 속출, 어느 동물병원의 황당한 진료' 편에서는 혈액 검사나 몸무게 측정 등을 하지 않은 채 마취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를 과다 사용해 강아지, 고양이들을 죽게 한 동물병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경남 통영의 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반려동물들이 장애를 얻거나 죽은 사건을 파헤쳤다.

의문의 사고로 시추 종의 반려견 오디를 잃은 A씨. 그는 오디의 생식기에서 노란 이물질이 나와 해당 병원을 찾았다. 수의사는 '자궁축농증'이라며 수술을 진행했고, 오디는 수술실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A씨 가족들에 따르면 이 수의사는 수술 전 12세 노견이자 단두종인 오디의 체중을 재지도 않았고 피 검사 등 기초 검사도 하지 않고 바로 마취 후 수술을 했다. 가족들은 수술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오디가 죽었고, 수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의사는 "폐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고, 가족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울분을 토했다.

수술 경위를 묻는 제작진에게 이 수의사는 "우리 때는 육안으로 진단을 많이 했다. 오랜 경험이 있으니까 초음파가 있어도 잘 안 찍는다"며 "급하게 수술하는 바람에 (오디를) 대충 들어보고 (마취) 했고 의무기록은 체크를 못했다. 30여년간 병원을 했는데 이런 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병원의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중성화 수술 후 죽은 고양이와 다리 골절 후 장애를 갖게 된 강아지까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고양이가 수술 후 아프다며 찾아간 보호자에게 수의사가 설탕물을 먹이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설탕물을 먹은 고양이들은 얼마 안 돼 죽음을 맞았다.

충남 당진의 한 동물병원 앞에서는 여러 사람이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 온 반려동물들은 슬개골 탈구 수술 후 장애를 얻거나 죽었다. 이 같은 사고는 병원이 문을 연 뒤 10개월 만에 무려 20여건이나 됐다.

특히 피해 동물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간수치가 높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과다 투여해서 부작용이 났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고양이가 슬개골 탈구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뒤 걷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B씨는 "수의사가 수술 후 1주일 동안 하루에 한번씩 항생제, 소염제를 맞으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상태가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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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해당 수의사는 "스테로이드는 소염제니까 처방을 한 것이다. 동물병원 90% 이상이 다 스테로이드를 쓴다. 다른 병원보다 많이 쓰지도 않고 교과서대로 똑같이 쓴다"며 "수술 실수가 거의 없는데 그 사람들이 병원 문을 닫게 하고 싶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은 '본 병원과 관련 없는 자 및 허위사실 유포 시 민형사상 고발 조치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설채현 수의사는 스테로이드를 과다 처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로이드를 계속 주사하게 되면 뇌가 일을 안 한다"며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몸 안에서 많이 나와서 생기는 증상이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싸고 배가 나오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동물병원의 의료사고 논란에 수의계에서는 전문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처럼 과가 나눠지지 않다보니 1명의 수의사가 모든 진료를 다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제보자들' 진행자인 정경준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결국 소비자가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기 때문에 실제로 소송에서 승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관련 제도나 규정이 마련돼야 하는데 늘어나는 반려동물 인구만큼 관련된 제도는 뒤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사고 논란을 줄이려면 수의사 전문의 제도를 포함해 반려동물 수술시 부작용 등에 대한 사전 고지, 진료기록 의무화, 수술실 공개 또는 CCTV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